이 책은 아주 짧다. 총 페이지 수가 145페이지 정도인데, 처음에 읽을 때는 용어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사용가치', '반생산성', '정책생산', '사회개혁', '공생의 정치' 등등의 단어들이 너무 생소하면서 어떤 뜻의 의미를 표현하는 말인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아주 짧은 책이라 집중해서 읽으면 하루만에도 읽는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읽고 난 이후 좋았던 문장을 다시 적으면서 이반 일리치라는 사람이 가졌던 고민과 현대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상품의 대량생산으로 인해서 인간의 '사용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로 얘기했는데, 사례를 쉬운 용어로 표현하지 않아서 알아 듣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인류는 수렵채집에서 농경을 위한 집단생활로 발전했고, 이후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통해서 분업이라는 방식으로 생산방식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런데, 분업은 물품을 많이 만들 수는 있지만, 한사람의 존재가치는 기계 부품 수준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나는 사용가치의 하락이라는 것을 이런 사례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서 전문가라는 집단은 권리라는 이름으로 효과적으로 자유를 제한했다는 측면에 대한 설명에서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전문가 협회에 의해서 법이 제정되고, 그 제정되는 법은 국민의 권리를 보고하기 위해서라는 변명을 들이지만, 실제적인 법 제정의 목표는 전문가 집단의 이익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법이 없을 때는 마음데로 만들 수 있던 것을 법으로 금지함으로써 합법적인 제조사에서 구매해야 하는 물품이 된다. 예를 들자면 주류, 변호사, 의사, 선생 등이 그러하다고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고대에는 자기가 필요한 것을 자기가 만들어서 사용했다. 그 품질이 지금보다는 떨어질 지 몰랐어도,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이라는 측면은 더할 나위없이 컸을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분업과 기계화를 통해 개인으로서 만들 수 있는 품목에 한계가 있고, 더 나아가 내가 만든 물품은 시장에서의 교환가치가 높지 않게 유지된다.
결국 사회의 발전과 함께, 사람들은 자신의 본질적 가치는 점점 낮아지게 된다. 최악은 A.I라고 하는 인공지능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체하게 될 경우, 실질적으로 인간이 가지게 되는 사용가치는 0에 수렴하게 되지 않을까?
현대의 경제학에서도 제도권 경제가 만들어낸 사회적 비용을 사용가치 중심으로 분석하는 이론이 결코 적지 않다. ~~~ 현대의 경제학자들도 그들 경제 이론의 중심을 바꿀지 모를 이 분석을 쳐다보려 하지 않는다. ~~~ 어떤 문화든지 교환될 수 없는 사용가치가 반드시 그 중심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P30)
<제도권 경제가 만들어낸 사회적 비용을 사용가치 중심으로 분석하는 이론>이라는 말이 너무 일상적이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생각하다보면 우리의 산업화를 통해서 만들어진 공기의 오염과 하천의 오염에 대한 사회적 비용의 가치를 턱없이 낮게 책정했고, 그 오염에 대한 이득을 본 책임을 져야 할 자산가들은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그로 인한, 고통은 사회가 부담하게 되었다.
실질적으로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므로 내가 누리고 있는 편의와 안락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한 것임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나의 재산과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100% 내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살짝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책을 읽을 때와 그 책의 내용을 리뷰할 때가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책은 내가 읽을 때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나의 독서력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좋은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책읽기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서 기쁘다.
사람들은 똑같은 거대 기계의 박동 소리에 발맞추어 행진하는 엄청난 다수의 무리에 매일매일 합류한다. ~~~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에게 가난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기대는 커지는 반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낙관적 믿음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사그라졌다. (P23)
정글의 늪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도,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이론가도 하나같이 부자들의 고속도로로 몰려간다. 이 고속도로는 한때 성직자가 차지했던 자리에 지금은 경제학자가 들어앉은 세상으로 데려가는 길이다. (P26)
현대의 경제학에서도 제도권 경제가 만들어낸 사회적 비용을 사용가치 중심으로 분석하는 이론이 결코 적지 않다. ~~~ 현대의 경제학자들도 그들 경제 이론의 중심을 바꿀지 모를 이 분석을 쳐다보려 하지 않는다. ~~~ 어떤 문화든지 교환될 수 없는 사용가치가 반드시 그 중심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P30)
'필요'가 현대화될 때마다 가난에는 새로운 차별이 하나씩 더 붙는다. (P35)
최근 들어 사람들 속에서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이들은 세계 어디서나 부당한 차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 이러한 차별 때문에 또한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박탈에 분노하는 소수의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P43)
모든 세대가 삶을 빈곤하게 만드는 풍요를 광적으로 쫓느라 자유를 모두 양도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정치를 역사상 최초로 복지수령자의 불만을 조직하는 것으로 바꾼 다음에는 전문가 전체주의로 덮어버린 시대였다고. (P57)
전문가에게 중요한 것은 개인을 고객으로 정의하는 권위이며, 그 고객에게 필요를 결정해주는 권위이고,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알려주는 처방을 하는 권위이다. 현대의 전문가는 ~~~ 돈을 받고 팔아야 할 것과 무료로 제공해서는 안 될 것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P60)
인간이 자아를 인식하고, 자유와 권리를 분별하고, 필요를 깨닫게 하는 언어는 모두 전문가의 권력에서 갈라져 나오게 되었다. ~~~ 장인의 조언을 듣지 않는 사람은 사회적 비난을 받는다. 현대 사회에서는 누군가 변호사, 교사, 의사, 심리 치료사가 졀정한 보살핌을 거부하면 전문가 단체 또는 정부가 비난받는다. (P64)
민주주의에서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권력은 시민들 스스로에게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중요 권력을 견제할 시민의 힘은 제약당하고 약화되다가 전문가 집단이 교회처럼 막강해지고부터는 아예 소멸되었다. (P67)
부자들은 상품 속에 든 필요에 중독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필요가 만든 환상에 마비된다. ~~~ 의학은 무기력과 질병을 만들고 교육은 인간을 파괴하는 노동 분업을 만들어낸다. (P80)
교육받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 답을 찾고 탐구하려는 시간과 능력은 줄어든다. 모든 분야에서 어느 지점을 지나 상품이 생산되면 인간 행동에 적합한 환경의 질은 떨어진다. ~~~ '반생산성'이라는 용어는 상품이 사용가치를 대체하면서, 상품이 원래 사람에게 제공하기로 했던 만족 대신 그 반대인 부정가치를 만들어 인간을 무력하게 하는 모든 상황을 지칭한다. (P88)
남자건 여자건 모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도구를 작동하여 생산한 표준화되고 쪼개진 상품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지금까지 인간과 문화의 진화를 촉진시킨 도구를 직접 사용해 얻는 만족감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P89)
권리는 평등에 의미와 현실성을 부여하고, 자유는 해방에 대한 가능성과 그림을 보여준다. ~~~ 전문가가 권리를 정의할 권한을 갖게 되면서 시민의 자유는 사라져버렸다. (P97)
매번 권리를 법으로 제정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할 때마다 새로운 상품과 직업이 생겨난다. ~~~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면 그동안 어딘가에 고용되지 않고도 해오던 일은 불법이 된다. 어떤 것이 좋은 것이고 옳은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전문가의 권력은 '보통'사람이 자신의 판단으로 살아가려는 소망과 의지, 능력을 빼았는다. (P99)
탐욕이 이미 '성장', '발전', '노동', '삶', '건강' 같은 개념의 의미를 추월하여 인간 정신의 기본 전제가 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 살과 피가 있는 사람을 필요에 따라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시스템을 키우는 데 총체적으로 기여해왔기 때문이다. (P125)
진정한 우정에 도달하기 위해 일리치는 우리의 감각을 안내자로 삼으라고 말했다. 서로의 친구가 되기 위해 보아야 하고, 들어야 하고, 냄새를 맡아야 하고, 맛을 봐야 하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P143)
"나는 세상에 불을 던지러 왔노니, 이미 그 불이 타올랐으면 내가 무엇을 원하리요." (누가복음 12:49)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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