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올해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했던 '천개의 파랑'에 대해서 썼고, 오늘
은 읽고도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서 해설을 읽고야 이게 그런 얘기인건가 아리송한 느낌의 '제49호 품목의 경매'를 읽게 되었다.
누군가 책을 추천해 줄때, 그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추천해 주신 분의 독서력에 대한 놀람 때문에,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책에서 나오는 단어와 용어에서도 미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도 많았고, 이야기의 흐름 속에 숨어있는 상징이나 은유는 감히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다 읽고 나서도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혼란스러운 책이었는데, 마지막 부분의 해석을 보면서 저런 상징을 알고 나서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은 책이었는데, 이 책이 토머스 핀천의 책 중에서는 쉽게 쓰여진 책이라고 하니, 다른 책들은 얼마나 더 난해할 지 도전할 엄두가 안나기는 한다.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라는 책이 어렵고 난이하다고 했는데, 이런 책들을 읽고 좋다고 하는 사람은 어떤 부분이 좋았다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략적으로 이 책이 열림과 닫힘에 대한 얘기라는 부분에서 주인공이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닫힌 세상에서 눈을 뜨고 열린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얘기라는 해석에서 세상의 열림과 닫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읽고 난 이후 몇일이 지나고 난 후,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얘기는 시간 순서대로 따라간다면 주인공인 에디파는 어느날 옛 애인인 피어스의 유산 관리인이 되어서 샌나르시소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또 다른 유산 관리인인 변호사를 만나고, 술에 취해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여기서 남편이 있는 여자가 다른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것에서 닫힘에서 열림으로 나아가는 상징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부분은 문화의 차이로 인한 이해의 차이와도 연결이 되는 것 같았다.
또한, 에디파와 남편의 정신병적인 혼란 상황에서의 판단이 환상인지 현실인지가 구분되지 않아서 이 이야기가 전달하는 것에 대해서 캐취하는 것이 어려웠다. 약음기가 달린 나팔 기호와 '전령의 비극'이라는 연극을 실마리로 역사적 사건을 찾아서 새로운 진실을 추적한다는 것도 어디까지가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전력의 비극을 쓴 작가와 원본책이 가지고 있는 문구의 차이가 가지는 의미도 명확히 이해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이 책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 질문하고 싶은 생각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나와는 아예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내가 삶에서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내게 있어 이 책, '제49호 품목의 경매'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와 공감되지 않는 추리소설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토마스 핀천의 '중력 무지개'라는 엄청 장편의 소설이 있던데, 읽어봐도 될지, 아니면 나의 독서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 늘고 난 이후 읽어봐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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