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후감 (책읽고 내 생각 적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후감 2편)

by 무우우우니 2023. 2. 8.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대한 서평들도 몇가지 살펴보았다. 다양한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얇은 책은 추리소설의 흥미진진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간의 성찰에 관한 철학적 해설이다." <라이브러리 저널>

라는 책에 대한 코멘트가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사생활이 많이 담겨있다. 저자의 어린시설, 언니의 학교생활, 자살기도, 사랑과 상실, 양성애 등등 드러내고 싶지 않을 수 있는 내용들을 진실하게 드러낸다. 편집해 보자면, 이야기의 시작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기사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평생을 연구하며 모았던 물고기 표본이 지진으로 인해서 수백개의 유리단지가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을 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절망하지 않고, 그 표본 중에 살릴 수 있는 것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그 포기할 줄 모르는 불굴의 의지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그 불굴의 의지가 발현된 계기는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그의 삶을 샅샅이 살펴보는 것이었다. 데이비드의 전기를 사서 읽고, 어렸을 때의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들을 살펴보고, 자신의 삶에서 일어났던 일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어떠한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는 그 특성의 근원을 찾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문체는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이 서정적인 묘사가 두드러졌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책의 분위기는 사실적인 기사라기보다는 아름다운 그림의 설명이나, 몽환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데이비드는 메사추세츠 해안에서 22킬로가 떨어진 페니키스 섬에서 루이 아가시를 만난다. 그를 만나서 데이비드의 일생을 결정짓는 "신성한 사다리=자연의 사다리"를 만난다. 아가시는 신성한 사다리의 생물 배열을 통해서 창조주의 의도 뿐 아니라 인류의 진보할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데이비드와 공유한다. 데이비드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켜주는 아가시의 비전에 기쁨으로 몸서리쳤음에 틀림없다. 

이런 데이비드에 반해서 저자는 아버지로부터 삶의 의미가 아무것도 없고, 나자신은 우주라는 공간에서 의미없는 존재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이 두사람의 대조는 데이비드가 어떻게 그 불굴의 의지를 가졌고, 저자는 그것을 갖지 못한 우울한 삶을 사는지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 같다. 저자는 대학에서 삶을 행복으로 가득 채울 사람을 만난다. 반면에 데이비드는 아이들을 잃고, 아내를 잃는다. 두사람의 삶은 교차하면서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던 중 1906년의 지진으로 데이비드의 30년 삶의 연구 자료인 물고기 표본들이 박살이 난다. 그 절망의 순간에서 일어나서 자신의 일을 하는 데이비드는 위인의 모습이다. 이 위인의 모습을 만들어 주는 "파괴되지 않는 것"을 찾고자 한다. 

저자가 찾은 데이비드의 에세이의 발췌문 :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이 말을 기점으로 데이비드의 삶에서 저자는 미묘한 불일치를 발견한다. 그 불일치와 연결되는 것이 심리학자들이 발견해낸 긍정주의자들은 삶을 더 쉽고 즐겁게 살아가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들은 우울하고 불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것이 사람에게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자기 자신을 현재 그대로보다 더 크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훨씬 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람들이 본인의 의지에 반하는 일이 생길 때, 더 불같이 화내고 본인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하여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에 더 능하다.

데이비드는 자기확신이 강한 긍정주의자였다. 그는 거창한 자기상을 확인받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자신의 정당한 앞길을 막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제거해야만 했다. 그 대상자 중 한명이 설립자 중 한명인 제인 스탠퍼드였으며, 그녀는 2번의 살해시도로 살해당했다. 이것이 데이비드의 사주일 것이라는 증거를 저자는 여러가지 제시하고 있다. 이어서 , 데이비드가 학장으로서 누리던 권력이 제인 스탠퍼드의 사망 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데이비드는 우생학을 지지하는 논문을 쓰고, 열등한 인종의 자손번식을 막는 불임수술을 법으로 상정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이런 우생학의 피해자를 인터뷰하면서 저자는 다윈의 종의 다양성에 대한 필요성과 종 사이의 우열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되세겨준다.

처음의 위인적 풍모를 보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시간이 지날수록 비뚤어진 우생학을 신봉하고, 본인의 앞날을 막는 장애물을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치워버리는 괴물이 되어 버렸다.

민들레의 법칙이라고 있다고 한다. 민들레는 어떤 사람에게는 잡초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약초이며, 화가에게는 염료이고, 히피에게는 화관이다. 우생학적 관점에서 사람을 판단하여 우열을 가르는 것은 인간이 아닌 자연에게 주어진 권한이다. 이 권한을 남용하여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려고 한 과학자들의 독단은 누가 책임지고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데이비드는 본인의 죄과를 받지 않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신은 그의 삶을 단죄할 다른 도구가 있었다. 그가 평생을 이어가며 연구했던 물고기를 계통학에서 제외시켜버린 것이다. 포유류는 있고, 양서류도 있고, 균류도 있지만 어류는 계통학 상에서는 없다. 왜냐하면, 물고기의 형태는 물이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모형인 것이지 그 내부구조는 포유류나 양서류로 구분되는 사촌들과 계통학적으로는 더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교훈들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우리의 상상속  사다리에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와 다른 동물들 사이의 유사성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것

 

읽으면서 책의 쟝르가 계속 바뀐다. 에세이에서, 추리소설에서 과학소설, 공포소설에서 사회비판 기사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담론으로 자기의 삶을 관조하면서 나온 이야기가 어떻게 과학과 연결되어서 이렇게 서정적인 글을 쓸 수 있는지 감탄스럽다.

이 책을 읽고 감상을 말하는 것은 부질없다. 그냥 책의 내용과 쓰여진 짜임새를 기억하고 싶었다. 그 속의 문장들 중 암기하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의 생각보다는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는 요약본이 되어버렸다.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