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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책읽고 내 생각 적기)

인간실격(1948) -다자이 오사무-

by 무우우우니 2026. 6. 3.

많이 들었지만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책 중의 하나였습니다. '인간실격'이라는 스스로를 비하하는 내용의 소설을 읽으면 나 자신도 비슷한 마음에 물들 것이라는 걱정이 떠오르게 하는 제목이었습니다. 여동생이 읽었다는 얘기를 듣고, 140여페이지의 짧은 길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 나이에 소설에 감정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겠다는 무던한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들은 '다른 길은 없었을까?','어떤 일이 사람을 저렇게도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을까?','왜 이 소설은 유명하고, 이어지는 생명력을 잃지 않을까?'라는 것들이었습니다.

소설은 저자가 요조라는 사람의 3개의 수기와 사진을 발견하여 기록하는 형식으로 적혀있습니다. 누가 읽더라도 요조는 저자의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모습을 또는 숨겨져서 얘기할 수 없는 모습을 수기와 사진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듯 합니다.

1. 요조는 왜 그런 성격이 되었을까?

처음에 요조라는 사람을 어렸을 때, 머슴과 하녀에게 당한 정신적 학대와 가족들로부터 이해받고 보듬어지는 사랑을 받지 못하여 자아존중감이 무너진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는 추측을 하면서 글을 읽었습니다. 아동발달에서 정서애착에 실패하고 격리불안을 경험하게 되면 다가서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거리두기를 하는 인관관계를 형성한다는 아동심리학의 이론이 생각납니다.

돌연 인간이 살벌한 정체를 분노로 터뜨리는 모습을 보면 저는 으레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전율을 느꼈습니다. ~~~ 광대 짓을 하며 가족을 웃기고, 가족보다 더 난해하고 무서운 머슴과 하녀한테까지 필사적인 광대 서비스를 했습니다. (P17)

요조는 스스로를 혐오하고, 자신의 본 모습이 드러나면 모든 사람들에게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가면을 쓰고, 사람들에게 웃음으로 상황을 희화시키는 광대역할을 자처합니다. 사람들이라는 관계속에서 버림받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그 속에 들어가서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무섭고, 사람들의 속과 겉이 다른 행동들의 불일치에 대한 신뢰를 잃으므로 인해서 예측불가능한 불안감을 항상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서로 속이면서 신기하게 누구 하나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실상조차 깨닫지 못하는 실로 선연한, 그야말로 청렴하고 밝고 유쾌한 불신의 사례가 인간 삶 속에 한껏 차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P25)

하지만, 어린시절의 애착불안으로 전 생애에 걸친 인간불신에 이어 스스로에 대한 경멸을 표현하는 '인간실격'이라는 용어를 쓰고, 지속적으로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요조의 성격은 태어나면서 타인의 감정과 표현을 더 민감하게 찾아내는 감각이 발달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뇌 속의 거울 뉴런이 너무 활발하게 움직인다든지, 도파민의 수치가 너무 낮아서 삶에 대한 보상을 줄 수 있는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추측을 했습니다. 정확히 요조라는 인물이 어떻게 그런 부정적 세계관과 인간관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의 가진 것은 작게, 타인이 가진 것은 더 좋게 보게 되었는지를 궁금해하는 것은 나는 요조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요조처럼 저렇게 무기력하고, 삶에 대해서 의욕을 잃고, 동반 자살할 사람을 찾아다니고, 자신의 삶에서 자립하지 못하고 의존하기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이 소설은 나에게 살짝 두려움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두려움은 나에게도 요조와 같은 무기력함이 내재해 있다는 인식일 것입니다.

2. 요조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요조의 삶에서 엄한 아버지가 나오고, 경제적으로 도와주려는 형제들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누구도 요조를 실제로 찾아와서 필요로 하는 것을 물어보고 제공해주려는 노력은 소설속에 보이지 않습니다. 요조의 삶에서 만난 사람들은 요조를 도와주려는 사람보다는 요조로부터 정서적으로 욕구적으로 뭔가를 얻기를 원하는 사람들에 둘러쌓여 있습니다.

학교생활에서의 다케이치는 요조의 실제 모습을 꿰뚫어보고, 그의 그림을 칭찬해줍니다. 다케이치가 요조의 생각을 깊이 알아봐주고 안아줬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진실한 친구 한명이 요조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보듬어줬다면 요조는 인간으로서 살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담배가게 아가씨로 요조의 아내가 된 요시코는 무한한 순수한 신뢰의 마음으로 요조를 감싸않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 무해한 순수함으로 인해서 능욕당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요조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요조의 불행은 세상에 대한 공포가 내면에 깊숙이 내재해 있고, 그 세상은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무서운 일들에 대한 걱정을 계속하게 하고, 실제로 무서운 일이 일어나면 역시 세상은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을 강화하면서 끝없는 공포를 마음 속에서 만들어나갔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조의 수기를 읽으면서 이렇게 해볼 수는 없었을까? 저렇게 행동해봤으면 좋았을텐데. 나라면 이렇게 발버둥이라도 쳐볼텐데. 라는 생각들로 답답하기도 하고, 분통이 터지기도 합니다.

3. 이렇게 불행한 사람의 수기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공포의 얘기가 왜 아직도 사람들에게 읽힐 정도의 매력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이유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요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세상이 우리를 적대하고, 모든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지기도 하고, 나는 어려움을 헤처나갈만한 어떠한 에너지도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요조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에 위안을 얻는 것이라는 추측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살펴보고싶어서 몇가지 서평과 생각들을 읽어봤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이 출판된 1948년의 시대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소설이었다는 말에 큰 깨달음을 얻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조의 아내 요시코가 능욕당하는 순간 아무것도 못하던 요조는 전쟁에서 패하고 난 이후, 미 군정의 폭거에 아무것도 못하는 일본국민을 연상시킨다는 표현은 정말 통찰력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또한, 요조의 수기의 첫 문장을 올리버 출판사 판본으로 읽었는데, <남부끄러운 적이 많은 인생이었습니다.>라는 말보다는 <나는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말이 요조의 삶을 더 관통하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뒷문장은 인생 전체에 대한 부끄러움이 표현되는 듯하고, 앞의 문장은 대체적으로 괜찮았지만 남부끄러웠던 적이 좀 많았습니다라는 느낌으로 들립니다.

남부끄러운 적이 많은 인생이었습니다. (P11)  ??? 나는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来ました。
(하지노 오오이 쇼가이오 오쿳테 키마시타.)

일본 사람들이 이 문장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 책이 지금까지도 읽히는 이유는 저 첫문장에 대한 공감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는 감탄을 했습니다.


남부끄러운 적이 많은 인생이었습니다. (P11)  ??? 나는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일하기 위해서는 밥을 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만큼 저에게 난해하고 복잡한데다 협박 섞인 울림으로 느껴지는 말은 없었습니다. (P14)

돌연 인간이 살벌한 정체를 분노로 터뜨리는 모습을 보면 저는 으레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전율을 느꼈습니다. ~~~ 광대 짓을 하며 가족을 웃기고, 가족보다 더 난해하고 무서운 머슴과 하녀한테까지 필사적인 광대 서비스를 했습니다. (P17)

하녀와 머슴들을 통해 애처로운 짓을 배웠고 능욕을 당했습니다. (P23)

서로 속이면서 신기하게 누구 하나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실상조차 깨닫지 못하는 실로 선연한, 그야말로 청렴하고 밝고 유쾌한 불신의 사례가 인간 삶 속에 한껏 차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P25)

원래 소유욕이 약하고, 또 어쩌다 어렴풋이 분하다는 마음이 들어도 그 소유권을 단호히 주장하면서 남과 언쟁할 만한 기력이 없었습니다. ~~~ 저는 인간이 옥신각신 다투는 일에 가능한 한 참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P65)

그건 제가 이제껏 맛본 적 없는 기묘한 굴욕이었습니다.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굴욕이었습니다. (P68)

세상 모든 사람이 말하는 방식은 이처럼 알아듣기 어렵고 어딘지 모르게 명확하지 않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미묘한 복잡함이 있습니다. ~~~ 무익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엄중한 경계와 무수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성가신 흥정에 저는 늘 당혹스러워서 ~~~ (P79)

가출하던 날, 저를 사무치도록 외롭게 만든 놈인데도 저는 거부하지 못하고 희미하게 웃으며 맞았습니다. (P93)

"세상이란 게 너잖아." ~~~ '세상이 아니겠지, 네가 옹서하지 않겠지.' (P94)

크고 격렬한 기쁨을 피하기만 한다면 자연스레 크나큰 슬픔 또한 찾아오지 않는다. (P96)

요시짱 : 크고 격렬한 기쁨은 생애 단 한 번 뿐이라도 좋다. 처녀성의 아름다움이란 바보 같은 시인의 모자란 감상의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 세상에 살아 존재하는 것이다. (P107)

아아, 신뢰는 죄입니까? 상대 남자는 저에게 만화를 그리게 하고는 푼돈을 거들먹거리며 두고 가는 서른 전후의 무지하고 왜소한 상인었습니다. ~~~ 그 상인에 대한 증오보다도 처음 발견한 바로 그때 큰 헛기침도 뭣도 하지 않은 채 저에게 알리기 위해 그대로 다시 옥상으로 되돌아온 호리키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 (P119)

아내는 타고난 남다른 고운 성품 탓에 능욕당했습니다. 더구나 그 고운 성품은 남편이 오래전부터 동경해온 무구한 산뢰심이라는 더없이 가련한 것이었습니다. ~~~ 무구한 신뢰심은 죄가 됩니까. (P121)

이 사람도 분명 불행한 사람이구나, 불행한 사람은 남의 불행에도 민감한 법이니까, ~~~ (P127)

소위 '인간' 세상에서 단 하나 진리처럼 느껴진 건 그것뿐입니다. ~~~ 다만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P137)

"우리가 아는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가 빠르고 술만 마시지 않으면, 아니, 마셔도 ..... 하나님처럼 착한 아이였어."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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