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오늘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어떤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설처럼 다른 사람의 감상문이 궁금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소설을 비극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칭찬을 했습니다. 나는 읽으면서 이것이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삶이 반영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소설의 전체적인 문체는 제3자의 시선으로 스토너라는 한 사람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살펴보는 듯한 객관적이고 무미건조한 문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스토너의 시선과 그 마음을 설명하는 말투는 스토너에 대한 애정이 담긴 것처럼도 느껴졌습니다. 이 책에서 다양한 묘사와 설명들이 나오는 데 그 중에는 정말 외우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서 책이 거의 접히지 않은 부분이 적을 정도로 많은 페이지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들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앞서서 읽었던 '이야기의 탄생'이라는 책이 이 책을 읽는 나의 생각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을 따라가게했고, 그 인물에 동화되고 같이 삶을 살아나가는 느낌으로 빠져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스토너의 삶은 가난한 농부에서 공부하는 학생으로 박사과정을 마친 미주리 대학의 교수로 아내와 사랑하는 딸을 가진 가장으로 학교에서 적대자로 인해 부이익을 당하는 피해자, 불행한 결혼생활과 아내와의 갈등, 딸에 대한 사랑, 제자와의 사랑과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 등이 자연스럽게 한사람의 일대기를 적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마 이것이 만들어진 얘기라는 것도 믿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스토너를 주변에 두고 일어나는 일들은 의문이 가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왜 스토너는 이디스에게 끌렸는지? 로맥스는 왜 스토너를 그렇게까지 적대하게 되었는지? 아내와 이혼하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였는지? 대학에서도 왜 그토록 당하고 참고만 사는지? 진정한 사랑을 만났는데도 왜 그녀와 새로운 삶을 준비하지 못하는지?
스토너에 대해서 안타깝고 그의 판단에 대해서 반박하고 싶은 부분도 많았지만, 옮긴이의 글 중에서 "그는 삶을 관조하는 자였다."라는 말에서 어렴풋한 해답을 얻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토너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살아낸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무정한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사람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 (P384)
삶의 마지막에 읍조리는 위의 문장에서 스토너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끼고, 알 수 없는 연민과 애처로운 감정이 가슴을 채우는 느낌입니다.
내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해서 사회와 투쟁하고, 주변사람과 경쟁하고 더 나은 자리 더 나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방법만을 고민하면서 치열하게 살아가야하는 현대에서, 저렇게 자기 것도 못챙기는 사회부적응자의 얘기가 왜 그렇게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지, 한편으로는 나의 실패한 사례들에 대한 그의 위로가 들리는 것만 같아서 오랫동안 뭉클합니다.
이 소설을 나는 왜 좋게 읽었는지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스토너는 자신이 무엇을 할 생각인지 아버지에게 설명하려고 애썼다. 자신이 중요한 목표라고 판단한 것이 옳다는 감정을스스로 불러일으키려고 애썼다. ~~~ 아버지는 거듭된 주먹질을 받아들이는 돌덩이처럼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P36)
그는 학생들을 위해 고안한 간단한 작문연습에서 아름다운 산문의 싹을 보았으며, 자신이 느낀 것들로 학생들에게 활기와 의욕을 불어 넣게 될 때를 고대했다. ~~~ 경이와 놀라움이 자신 안에 여전히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P40)
아처 슬론이 수업 중에 처음 그에게 말을 걸었던 그날처럼, 그 자신이 순식간에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던 그날처럼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 그 작품들이 자신의 소재이기도 한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세상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P41)
매스터스 : "대학은 보호시설이야. 아니, 요즘은 그걸 뭐라고 하더라? 요양소, 환자, 노인, 불평분자, 그 밖의 무능력자들을 위한 곳.~~~~" (P44)
두 친구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는 ~~~ 모든 것을 부식시키는 청춘의 쓴맛도 언뜻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P48)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엄청난 무심함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전쟁 때문에 대학의 일들이 중단된 것에 화가 났다. (P49)
매스터스 : "고든은 자신에게 허락된 미덕의 힘을 처음으로 느끼고 있는 거야. 그러니 당연히 온 세상 사람들을 거기 끌어들이고 싶어 하지.~~"(P52)
슬론 :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 속에서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죽어버린다네. 사람이 전쟁을 많이 겪고 나면 남는 건 짐승 같은 성질뿐이야. (P53)
슬론 :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 이 점을 명심하게." (P54)
로마의 서정시인들이 죽음을 삶의 현실로 편안하고 우아하게 받아들인 것에 다시 의아함을 느꼈다. 그들은 무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살면서 즐겼던 풍요로움에 바치는 공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P60)
그는 슬론이 이제 완전히 망가져서 다시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P63)
고든 핀치 : 그는 자신의 직책이 애매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만큼 눈치가 빨랐지만, 그 직책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약삭빠름도 갖추고 있었다. (P64)
스토너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정말로 서투른 인간임을 절감했다. (P68)
그녀는 무남독녀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고독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P79)
이디스 : 그녀의 눈에 눈물이 홍건히 고인 것을 보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이디스에게 입을 맞췄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팔을 약하게 잡고 있었다. (P93)
그는 지금껏 이디스가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었음을 깨달았다. (P115)
윌리엄은 그들이 유감스러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그는 이디스가 만들어낸 세계를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대하는 법을 터득했다. (P116)
윌리엄은 아이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P124) - 내가 내 딸, 현진이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것과 같다.-
딸에게 그는 아버지라기보다 거의 어머니였다. (P125)
세상에 뿌리부터 배신당해 더 이상 참고 살아갈 수 없게 된 그가 마지막 순간에 세상을 향해 사랑과 경멸을 드러낸 것 같았다. (P127)
젊은 시절의 어색함과 서투름은 아직 남아 있는 반면, 어쩌면 우정을 쌓는데 도움이 되었을 솔직함과 열정은 사라져버린 탓이었다. (P133)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말을 통해 알게 되는 직관적인 깨달음 같은 것. 스토너 자신도 예전에 아처 슬론의 강의를 들으며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P139)
윌리엄 -> 이디스 : 아련한 연민과 내키지 않는 우정과 친숙한 존중이 느껴졌다. (P141)
그가 서재를 꾸미면서 분명하게 규정하려고 애쓰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인 셈이었다. ~~~ 그가 이렇게 가구를 수리해서 서재에 배치하는 동안 서서히 모양을 다듬고 있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가 질서 있는 모습으로 정리하던 것도, 현실 속에 실현하고 있는 것도 그 자신이었다. (P143)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스토너는 주말을 이용해서 최대한 자주 고향집을 찾았다. 그때마다 어머니가 점점 마르고, 창백하고, 고요해지는 것이 보였다. (P152)
자기 눈앞에서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을 올라움과 사랑의 눈길로 지켜보았다. 아이의 얼굴에는 그 내면에서 움직이고 있는 지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P157)
윌리엄 스토너는 차츰 두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레이스가 자신의 삶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과 어쩌면 자신이 훌륭한 교육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 (P158)
강의 내용에 완전히 몰입한 나머지 자시의 무능력은 물론 자기 자신과 눈앞의 학생들까지 잊어버리는 경험을 종종 했다. ~~~ 그 무엇보다 검고 그 무엇보다 차가운 글자를 통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음과 정신의 신비, 이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그는 마치 위험하고 부정한 것을 숨기듯 숨겨왔지만, 이제는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러다가 대담하게, 종내는 자랑스럽게 (P159)
윌리엄 : "이것만은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가 왠지 고요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정말로 나를 증오하는군. 그렇지 않고 이디스?" (P176)
자신의 생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과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곤 했다. 모든 사람이 어느 시기에 직면하게 되는 의문인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이 의문이 이토록 비정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P251~252)
몸에서 자신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 그는 이상할 정도로 내키지 않는 안도감을 느끼며 다시 책상 위의 불을 켰다. (P253)
이 말을 하고 나자 갑자기 그것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순간적으로 자기 말에 담긴 진실을 느낀 그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던 절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P264)
캐서린 드리스콜 : 그녀가 예의 때문에 그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속으로 말하면서 미처 예상치 못했던 강렬한 슬픔을 느꼈다. ~~~ 자신이 그녀의 동요를 눈치챘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조금씩 천천히 그녀에게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자고. (P267)
지난 이틀 동안 그녀가 강의에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무감각 상태가 사라졌다. (P268)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P272)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P274)
두 사람은 말하지 않고도 함께 있는 법을 터득했으며, 편안히 쉬는 데에 익숙해졌다. (P278)
존재이 작은 중심에서 자라난 무감각한 공간 속 어딘가에서 자기 인생의 일부가 끝나버렸음을. 자신의 일부가 거의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이라서 다가오는 죽음을 거의 차분한 태도로 지켜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P301)
선조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세상을 향해 무표정하고 단단하고 황량한 얼굴을 보여주자는 공통의 기준을 갖고 있었다. (P309)
공허해진 자신의 삶에가 맞서 스스로를 무감각하게 만들면서 하루하루를 조용히 살아갈 터였다. ~~~ 그레이스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P350)
스토너가 예전에 꿈꾸던 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공부를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로 생각하는 모습. (P351)
그는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기억을 향해 미소 짓는 것처럼. (P353)
"아버지가 가엾어요." 그레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서 그는 다시 정신을 다잡았다. " 아버지가 가엾어요. 편안한 삶이 아니었잖아요."~~~"그랬지. 하지만 나도 편안한 삶을 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P381)
"넌 아주 예쁜 아이였다." (P382)
모든 여행자가 그렇듯이, 그도 떠나기 전에 할 일이 아주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383)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무정한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사람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 (P384)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P392)
스토너 : 그는 삶을 관조하는 자였다.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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