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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책읽고 내 생각 적기)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독후감 - 완결)

by 무우우우니 2023.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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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창비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책이라고 들었다. 처음 여동생이 찾아서 읽고는 아들에게 추천을 할지 안할지 모르겠다는 말에 궁금증이 생겼었다. 굳이 이 나이에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소설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읽지 않다가 계속 생각이 나서 3일전에 읽기 시작했다.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아짐으로 인해서, 어떤 내용을 기억하고 싶은지, 어떻게 독후감을 써야할지는 오히려 모호해지는 파라독스에 빠졌다. 어제부터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를 생각하고 있지만, 남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에 촛점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하기 위해서 등장인물과 사건을 나열해보자. 이 책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주인공 나가 나온다. 이야기의 서술은 중학교때 배운데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아버지, 주인공이 6살때 청량리역에 유기했던 어머니,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엄마가 되는 배선생, 이복동생인 무희, 위저드 베이커리의 주인, 파랑새, 학교선생님, 무희의 영어학원 선생님, 몽마,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악마의 시나몬쿠키를 샀던 교복손님, 부두인형을 사려고 하는 손님 그리고 경찰들이 나오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나는 6살에 친어머니에 의해서 청량리역에서 버려졌고, 버려지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감정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서술함으로써 가슴을 덜컹하게 하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주머니에 넣어져 있던 물티슈와 동전 4개, 그리고 보름달빵으로 자기가 버려졌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의 묘사는 머리에 각인되듯이 남는다. 빵을 조금씩 떼어먹다가 크림이 나타나고 정신없이 먹어버린 빵 때문에 토하고, 그런 후에도 그 때의 빵 맛을 잊지 못하는 주인공의 심정에서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빵이 왜 맛있었을까? 자식을 유기하는 어머니가 한 줌 남은 후회와 배려를 담아서 사넣어줬기 때문일까? 유기된 아이가 어머니를 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빵이 더 맛있어야만 했던 것일까? 

6살에 유기되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아버지의 재촉때문인지 글이 없이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말더듬이 장애가 생긴 주인공과 입만 열지 않으면 정상인처럼 보이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주인과의 공통점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재미있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주인은 주인공과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을 베이커리에 받아주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인 쿠키를 제공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일어나는 사건 하나하나는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고, 해석을 하게 한다. 모든 에피소드를 적고, 그에 대한 나의 해석을 적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건 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내 독후감을 읽고 이 책에 흥미가 생기는 것은 좋겠지만,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스포일러가 되는 것은 좋지 않다.

이 책의 서술은 담백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인 감정을 크게 표출하지는 않는 것 같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심지어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도 절제된 감정으로 서술한다. 감정은 읽는 사람이 일으켜야 한다. 두려움, 걱정, 왜 저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나한테 저런 일이 생긴다면 어찌해야될지에 대한 걱정 등등.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수없이 많은 선택들이 어떤 결과로 나올지에 대한 두려움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되새기게 된다. 장난으로, 재미라면서 했던 어떤 악의에 찬 나의 행동의 결과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비극적인 결과로 돌아오게 될 때, 단지 몰랐다는 말로서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벌써, 많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엄청나게 많은 선택들을 했다. 그 선택들이 결국 지금의 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나에 대해서 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삶이 유투브에서 나오는 슈퍼스타들처럼 극적이지 않고, 그렇게 될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진다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또한 책에 나오는 하루에 1.5달러의 삶을 살아가는 극빈자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에서 살고 있음에 감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하는 행동들이 나의 미래를 결정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은 생각하고 사려깊게 행동해야 하겠다. 자신의 행동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현실의 불만족을 잘못된 대상에게 화풀이 하는 것 같았던 배선생처럼 되어서도 안되고, 나쁜 행동을 하면서도 중독되어서 바꿀 수 없게 된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가급적이면 베이커리의 주인처럼 자신의 실수를 아파하면서, 유사한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몇년이 지나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또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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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돌아가 집 현관문을 연다는 건, 그곳에 내 얘기를 들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 빵 한 입에 우유 한 모금 물고서, 건조하지도 눅눅하지도 않은 오늘분의 감정을 꼭꼭 씹어, 마음속 깊숙이 담아 둔 밀폐용기에 가두기 위해. (P13)

아버지는 전래 동화 속의 새엄마가 절대로 없다고 단언했으나 절대로라는 말만큼 폭력적인 표현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동화가 아무리 가공의 이야기라도 덮어놓고 허튼 소리는 하지 않는다. 시대와 문물이 변한대도 사람의 속성에 그리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P26)

무형의 의지라는 것이 자기 삶의 자리를 결정할 수만 있다면 그럼 나는 처음부터 이곳에 들어올 일이 없었을 터다. 늘 강조했듯이 "나는 단지 거기 있었을 뿐인데." 단지 거기 있었을 따름인 내게, 배 선생은 왜.(P121)

배선생이 내게 사소한 장면들을 하나하나 얹어 주어 무게감과 압박감을 키운 것 못지않게, 그녀 자신에게도 누적되는 피로와 고통이 있었으리라는 짐작은 갔다. 따로따로 떼어 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원자들이 모여 분자를 이루는 것처럼. (P35)

나는 서러움도 체념도 아닌 순수한 기쁨과 감격 때문에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누군가 이런 단순한 한마디로 나를 오해 대신 인정해 준 적이 있었던가. 그것은 또한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긴 밤의 시련을 견딘 나 자신에 대한 인정의 의미이기도 했다. 나는 스스로를 칭찬하는 데에 너무 인색했던 모양이다. (P165)

인연은 어떻게든 바뀔 수 있으나 운명은 돌이킬 수 없다고 그랬다. (P210)

지금껏 잘 견뎌 왔다. 앞으로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타임 리와인더를 쓰지 못하게 한 불의의 사고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안다. 누군가가 씹다 뱉어 버린 껌 같은 삶이라도 나는 그걸 견디어 그 속에 얼마 남지 않은 단물까지 집요하게 뽑을 것이다. (P241)

15년 전 원고를 쓸 때만해도 마법의 물건이라고 해서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비싸게 책정했던 과자의 가격들은 지금 보통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물가가 올랐습니다.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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