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우연히 베스트셀러 책들 속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는 것은 굉장한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유현준이라는 분을 알쓸신잡에서 처음 영상으로 알게 되었고, 이전에 유현준 교수님의 책을 한 권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읽은 '공간인간'은 특히나 지식적인 측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건축을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는 관점 자체도 굉장히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모임과 그에 따른 위계를 나누는 것이 건축물이라는 해석들은 따라서 읽는 내내 즐거운 내용이었습니다.
벽, 창, 문, 바닥, 지붕, 계단 같은 몇 개 안 되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요소들의 크기와 재료와 조합의 패턴이 다를 뿐 기본 구성 요소는 동일하다. 그리고 그렇게 요소들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공간은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규정한다. (P6)
인간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다시 인간을 만든다. 그렇게 인류는 공간과 함께 '공진화'해 왔다. ~~~ 건축과 공간으로 세상과 역사를 보니 내가 배웠던 역사와는 다르게 보였다. 세계사를 공간의 눈으로 보면 성취와 진화의 과정으로 읽힌다. (P7)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교보문고의 문구가 떠오르는 이 말이 사람에게 주변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합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에 나타나는 건축물들의 변화를 통해서 세계사를 짚어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세계사를 전쟁의 역사라는 파괴의 역사가 아닌 건축의 역사라는 평화의 관점으로 되돌리는 부분은 훌륭한 관점전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흐름에서 목차만 읽어봐도 인류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모닥불, 동굴벽화, 괴베클리 테페, 도시, 지구라트, 피라미드, 솔로몬 성전, 그리스 반원형 극장,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로마의 아퀴덕트, 교회, 공장, 기차역, 학교, 파리의 하수도와 도로망, 수정궁, 엘리베이터, 자동차, 전화기, 냉장고, 인터넷 공간, 스마트 시티 등등...각 챕터마다 드러나는 저자의 독서량과 지식에 감탄하면서 배울꺼리가 많은 독서였습니다.
다르게 바라보는 지식인의 시선에서 경외감을 느끼면서 나는 어떤 것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실력이 쌓였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공간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도움이 되기도 했고,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게 만듭니다.
저자의 책 속에서 인용하는 몇가지 책도 같이 읽고 싶게 만듭니다. 특히,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의 집단구성으로 인한 생존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건축과 공간이 미친 영향과의 연결은 신선하고 적절한 예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외에도 성경의 사례들 중에서 소돔과 고모라라든지, 노아의 방주에서의 홍수 설화가 각 나라에 모두 있다는 얘기라든지, 아벨과 카인의 제물 중에서 카인의 제물을 받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설명이라든지, 모세의 10계명의 의미와 금송아지 사건에 대한 설명 등은 내가 그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일화들을 굉장히 설득력 있게 해석해서 좋았습니다.
전체 챕터들에서 기억해야 할 내용들도 많고, 어떤 부분은 너무 쉽게 읽고 넘어간 것은 아닌지 아쉽기도 해서 다음에 추천할 일이 있다면 독서모임에서 토론을 해보고 싶은 내용들도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독서력이 너무 떨어져서 빠르게 읽지를 못하고 자꾸 다른 일과 병행하다보니 충분하게 음미하지 못했던 부분이 아쉽기는 합니다. 다른 책과 병행해서 다시 한번 차분이 읽어 보고 싶은 책입니다.
벽, 창, 문, 바닥, 지붕, 계단 같은 몇 개 안 되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요소들의 크기와 재료와 조합의 패턴이 다를 뿐 기본 구성 요소는 동일하다. 그리고 그렇게 요소들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공간은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규정한다. (P6)
인간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다시 인간을 만든다. 그렇게 인류는 공간과 함께 '공진화'해 왔다. ~~~ 건축과 공간으로 세상과 역사를 보니 내가 배웠던 역사와는 다르게 보였다. 세계사를 공간의 눈으로 보면 성취와 진화의 과정으로 읽힌다. (P7)
공간을 잘 이용해서 발전하고 진화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스파티움(Homo spatium)'이다. '스파티움'은 공간을 뜻하는 라틴어다. (P9)
만들어진 도시 공간 구조는 사회를 새롭게 조직한다. 현대인은 그런 도시 공간 시스템과 동맹을 맺으면서 진화한 인류다. (P16)
건축의 빅뱅은 무엇일까? 건축의 빅뱅은 모닥불이다. 인류가 최초로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의 공간은 바뀌기 시작했다. (P35)
모닥불이 만드는 공간은 평등한 공간이다. ~~~ 자연스레 대부분의 사람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같은 거리를 두고 빙 둘러 앉게 된다. (P38)
그림의 역사를 보면 이 소실점이 그림 밖에 있느냐 아니면 그림 안에 있느냐가 아주 중요한 차이를 나타낸다. (P41)
소실점(그림 안) : 내가 중심이 되어서 주변 세상을 재정립해 보는 자기 주도적인 시각의 시작이다. (P43)
단어를 단순화하면서 사람의 생각을 단순화시켜 조종하기 쉬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인류는 단어를 더 많이 만들고 사용하게 되면서 더 복잡하고 복합적인 사고가 가능해졌다. (P50)
알타미라 동굴, '괴베클리 테페', 고딕 성당의 기본 개념은 상상력이 있는 누군가가 상상하는 이미지를 공간화시켰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리고 그 공간으로 인간은 집단을 키울 수 있었고, 경쟁 종이나 세력을 물리칠 수 있었다. (P53)
어느 시대든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 주는 비전을 제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P55)
기후 온난화 : 대부분의 인류 정착지는 해발 고도가 낮은데, 낮은 지대에 있던 인류의 거주지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수몰됐을 것이다. 각 문화권마다 홍수 설화가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P60)
이대열 교수의 지능의 탄생 : 생명의 복잡한 구조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메커니즘이 분업과 위임이라고 한다. (P67)
알타미라 동굴 벽화 같은 구석기 시대 그림에는 인간이 동물보다 작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괴베클리 테페'의 돌기둥에는 인간이 동물보다 크게 조각 되어 있다. (P71)
인간이 만든 벽이라는 건축 요소는 인간 사회 구조의 혁명을 일으킨 장치다. 그런 벽의 태동이 '괴베클리 테페'에서 시작되었다. (P74)
지금도 우리는 좋은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고, 부동산에 재산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다. 어디에 사느냐는 나와 내 후손의 생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수천 년의 경험이 만들어 낸 본능이다. (P79)
바벨탑은 지구라트 신전으로 인해서 나온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 바벨탑 정도 규모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먼 곳에서 온 많은 사람이 모여서 도시를 이루었을 때만 가능하다. (P86)
농업이 보급되기 전 백만 년 동안 그런 생활을 해 왔던 인류가 생각하는 죄 사함의 방식은 동서양 공통적으로 제사는 다른 생명의 피를 흘리는 방식이었을 것이라고 추리해 볼 수 있다. (P88)
인류 최초의 대도시는 약 기원전 4000년 지구상의 전 인류의 숫자는 1500만 명으로, 서울 인구의 1.5배를 조금 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P93)
문화는 농사에서 오고, 문명은 도시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된 단어 구성이다. (P94)
지구라트는 '높이가 권력을 만든다'라는 원리가 적용된 최초의 건축물이다. (P117)
내가 만든 공간과 권력의 제1원칙은 '사람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 위치한 사람이 권력을 가진다.'이다. (P120)
인간의 노력을 많이 들여서 만든 재료일수록 상태가 불안정하다. (P139)
인류사에서 집단의 크기가 커지면서 분업과 연합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는 종교 권력과 정치권력 사이에서 나타나는 협업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건축은 두 권력을 중재하는 꽃과 비슷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P156)
모세의 금송아지 사건의 의미는 '농업종교 vs 유목종교', '조각상 vs 글'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P168)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모습은 농업 경제에 근간을 둔 사회 구조의 특징이다. (P174)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왕은 생명체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뇌와 비슷한 것이다. (P175)
두 종교가 세계를 장악할 수 있었을까? 두 종교의 어떤 공통점이 그런 힘을 갖게 한 것일까? ~~~ 건축과 문자가 만들어 낸 공간적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P181)
한 사회에서 농업 비중이 줄어들고 상업 비중이 늘어날수록 개인의 자유는 증가한다. (P190)
책이란 이렇게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는 지성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도구다. (P212)
도로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깨달은 사람은 페르시아 제국의 다리우스 1세다. 그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거대한 제국의 통치를 위해서 '왕의 길 royal road'을 구축했다. 2,400킬로미터. (P230)
수호신을 모신 신전, 원형 경기장, 전쟁 승리의 상징인 개선문 같은 제국을 상징하는 건축물을 정복지마다 통일감 있게 만들었다. (P239)
로마는 제국의 정체성을 수메르 건축과 그리스 건축의 하이브리드를 통해 '벽돌 아치'라는 신기술을 만듦으로써 유럽을 통일시킬 수 있었다. 벽돌과 아치가 있었기에 로마 제국이 가능했다. (P240)
잎꾼개미들은 버섯을 키워 먹는 농업을 한다. 이들은 이파리를 잘게 잘라서 효소 성분이 있는 배설물과 섞어서 버섯 균류를 재배한다. ~~~ 농업은 개체 수를 늘리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이다. (P245)
누군가가 시간에 맞춰서 사는 것을 강요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권력자다. 학교, 직장, 예배당의 공통점은 시간표에 맞는 삶을 요구하는 건축 공간이라는 점이다. (P258)
많은 사람이 좀 더 정밀하게 시간을 맞춰 일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더 많은 사람과 협업할 수 있게 되었다. ~~~ 공장, 기차역, 학교는 인간이 더 많은 사람과 협업하고 기계와 융합하게 만들어준 건축 양식이다. (P285)
현재 우리 사회의 계층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공간적 혁신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 기술 혁신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건축 공간은 이 시대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 (P308)
보통 사람들의 의식에 '랜드마크급의 높은 건물'이라고 의식되려면 기존에 가장 높았던 건물의 두 배 정도가 높아져야 한다. (P312)
로마 성당의 천장화, 르네상스 투시도 기법 : 공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인간의 뇌에서 만드렁낸 인식의 산물인 것을 깨달았다. (P325)
Information + architecture 정보 분류 : 첫 번쨰 정보는 물리적 공간의 크기를 알려주는 정보다. ~~~ '보이드 정보' ~~~ 두 번째 정보는 '상징정보'다. ~~~ 성경 이야기, 조각 등 상징적인 정보 ~~~ 세 번째 정보의 종류는 '행동 정보'다. ~~~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행동이 만드는 정보다. (P326,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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