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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숲에서 지혜의 길을 찾다. -김헌(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by 무우우우니 2025. 5. 22.

'신화'와 '지혜'라는 두가지 키워드가 너무 매혹적인 강의였습니다.

강의의 시작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meta physics, 물리학을 넘어선)의 한 구절의 해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신화를 사랑하는 사람(philomuthos=philo(사랑) + muthos(이야기))도 어떤 뜻에서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 philosophos =philo(사랑) + sophos(지혜)) "

인간은 본성적으로 알려고 하는 존재이며, 앎에서 기쁨을 느낀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고 합니다. 이 내용은 인간의 사고하는 능력과 이성이라는 판단하는 능력을 중요시하는 그리스철학의 흐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한 문장은 '학문은 놀라움에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철학의 시작은 놀라움이다.'라는 말로 다시 말씀해 주셨지만, 모든 일의 시작되는 동기는 경탄에서 시작해서 궁금증 - 궁리 - 가설 - 검증- 재가설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신화는 놀라움을 설명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창의성의 핵심은 다르게 보기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제 바라봤던 것이 놀라움으로 다가올 때, 우리의 인식범위가 달라지고, 그 때 새로운 일이 생겨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화(神話)란 신들의 이야기 + 영웅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신화에서 중요한 2가지 이해해야 할 것이 '상징'과 '은유'라고 했습니다. <우리 집에 언제 비둘기가 찾아올까?> <아테나와 함께 가면 가시밭길도 문제 없단다.> <큐피드의 화살을 맞았나봐>와 같은 상징과 은유의 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징과 은유를 사용하는 이유도 또한 놀라움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상징을 통해서 여러가지 의미를 간소화시키고, 은유를 통해서 새롭게 보기, 다른 시각에서 보기를 이끌어주는 것 같습니다. 의미를 곱씹게 되고,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프루크로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여관의 주인으로써 손님을 보고, 키 큰 사람은 작은 침대로 키 작은 사람은 큰 침대로 유도해서, 침대에 맞게 몸을 맞췄던 그리스의 악인이라고 합니다. '자기의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추려는 사람'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나는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볼때는 주관적이고 '프루크로스테스'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대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배려하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가 프로크로스테스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지 자기검열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론조작을 프로그코스테스적 분석이라고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잣대를 가지고 재단하다.

신화는 은유와 상징으로 해석한다. 신화는 본질적인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신화를 통해서 잊고 지내는 무엇을 찾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현재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김헌 교수님은 그리스의 여러가지 신화들 중에서 4가지 신화를 설명해주셨습니다. 4가지 신화는 이전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였고, 새롭다고 할 것이 없어서, 약간은 지루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그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멤돌면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1. 황금의 손 미다스 : 트리키에(터어키) 지역에는 2가지 이야기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프뤼기아의 왕 미다스와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미다스 왕이 실레노스라는 술주정뱅이를 잘 접대해 주었고, 실레노스의 양아들인 제우스의 배다른 아들 디오니소스(포도주의 신, 바쿠스)로부터 감사의 의미로 소원권을 하나 획득합니다. 미다스는 '내 몸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이 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말하고, 신은 그 소원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들어줍니다.

이후 미다스의 손에 닿는 것이 황금으로 변하는 사례들을 실감나게 얘기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물도 황금으로, 빵도 황금으로, 신하도 황금으로, 사랑하는 딸마저도 황금으로 변하게 됨으로 인해서 디오니소스에게 돌아가 그 저주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팍톨로스 강에서 욕망을 씻어내고 저주에서 벗어납니다.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이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서 황금에 대한 욕망이 나를 망칠 수 있다는 것, 황금만능주의로 돈이면 다된다는 생각의 헛점을 지적해 줍니다. 삶을 정돈하고 절제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부자 에뤼식톤의 탐욕 : 그리스의 곡창지대인 비옥한 땅 테살리아의 왕이었던 에뤼식톤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농사에 대한 욕심으로 숲을 밀어서 농토를 만들려고 하고, 숲의 요정 드리아드가 깃들고,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가 가호하는 숲의 나무를 잘라냄으로 허기의 신 리모스(=파메스)의 저주를 받게 됩니다. 리모스는 그리스에는 남신으로, 로마신화에는 여신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에뤼시톤은 이후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게 되고, 왕국은 망하고, 딸(메스트라)까지 팔아서 음식으로 바꿔서 먹습니다. 하지만, 끝없는 허기에 시달리고, 포세이돈으로부터 변신의 능력을 가지고 돌아온 딸을 다시 음식으로 바꿔서 파는 일을 하다가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기도 합니다. 결국 먹을 게 없어진 에뤼식톤의 허기는 스스로의 신체를 먹도록 하고, 결국 입만이 남아서 딱딱거렸다고 끝이 납니다.

우리시대의 에릭쉬톤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날마다 야근하면서 몸을 혹사시키고, 그 번 돈으로 결국은 아픈 몸을 고치는 쓰다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이 에릭쉬톤과 엄청나게 달라보이는지?

현대철학을 열었다고 하는 프로이트의 ego, super ego, id의 3분법으로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가 아닌 무의식의 욕망을 위해서 이성을 이용한다는 도구적 이성(=instrument reason)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나의 욕망과 무의식이 에릭쉬톤의 허기와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시점에서 옛날 심리학에서 배웠던 행복의 공식을 이야기 해 줍니다.

Happiness = Achievement / Desire.  행복은 욕망 분의 성취이다. 욕망을 낮출수록, 성취를 높일 수록 행복은 커진다는 해석을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교수님은 여기서 무조건적인 욕망의 축소를 통해서 행복을 얻는 방법보다는 적절한 욕망을 키우고, 그에 따른 성취에 대한 동력을 유지하면서 행복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욕망을 없애면 행복에 이른다' 라는 말은 불교의 열반의 논리에 가깝습니다. 성취의 극대화를 통해서 행복을 높인다는 생각은 에릭쉬톤이나 미다스의 탐욕을 해소하기 위한 저주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결과로 나타날 것 같습니다.

매슬로우의 행복 5단계 얘기와 연령대별 행복의 정도 차이에 대한 해석을 듣게 되었고, 반박(현대의 정보과잉(SNS+타인의 경험공유)으로 인한 만족도 하락)과 토론이 있었습니다.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에 나오는 우리의 영혼은 두마리 말이 끄는 마차와 같다는 비유가 계속적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욕망과 욕심이 크지만, 성취가 따라오지 않는 적음에도 굴하지 않는 사람이 큰일을 성취하는 것 같더라."

3. 테세우스의 이야기 : 서구문화는 그리스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리스의 가장 유명한 두 도시국가는 스파르타와 아테네라고 했습니다. 스파르타의 이상적 영웅은 헤라클레스, 아테네의 영웅은 테세우스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테세우스 이야기는 교수님 생에 어려운 순간순간에 힘을 줬던 인물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테네의 축제를 찾은 (크레타:당시 최강국의 왕자) 안드로게오스가 경기에서 압도적으로 이기자, 아테네 시민이 안드로게오스를 살해하고,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아테네에 매년 처녀 일곱, 총각 일곱을 바쳐야 한다는 요구를 하게 됩니다.

크레타 왕의 아들로 알았지만, 실제는 왕후의 황소와의 불륜으로 생겨난 미노타우로스(미노스의 황소라는 뜻)를 가두는 미궁을 만들고, 아테네의 14명의 처녀, 총각을 미궁에 넣어서 미노타우로스에게 재물로 바치게 됩니다.

이때,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해치우기 위해서 크레타로 가기를 자청합니다. 자청할 때의 말이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말이었습니다.

"성공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도전해야만 하기 때문에 가겠습니다."

두려움에 떨면서, 죽을 지도 모르는 곳으로 앞이 깜깜한 어둠으로 뒤덮여 있는 길이라도 그곳이 꼭 가야할 길이라면 그 길로 간다는 이야기는 울림이 있습니다. 미노타우로스를 이기는 것도 어렵고,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테세우스가 미궁으로 갔을 때,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가 실타래를 이용하라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던 길이 열린다.'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만났을 때, 두려움과 공포가 없었을까?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라는 생각을 이겨내고 성취하게 됩니다. 성공의 가능성보다 도전에 가치를 두고 시도해보는 것, 실패에서 배우겠다는 자세.

4. 이카로스 이야기 : 테세우스의 탈출에 놀란 미노스 왕은 실타래의 방법을 알려준 미궁의 설계자 다이달로스와 그 아들 이카루스를 미궁에 가둡니다. 밀랍으로 새의 깃털을 엮어서 날개를 만들고 미궁을 탈출합니다. 태양의 가까이로 가면 밀납이 녹고, 바다 가까이로 떨어지면 밀납이 굳으므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아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카로스는 태양신에 가까이 가면서 밀납이 녹고 추락해서 죽게 됩니다.

스포츠 선수들의 도핑(투르 드 프랑스의 랜스 암스트롱, 러시아 선수의 도핑)에 관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이카로스'였다고 합니다. 이카로스의 도전은 아름다운가? 그리스 공군사관학교 로고가 이카루스의 비상이라고 합니다. 마이클 조던의 실패와 성공에 대한 코멘트로 강의는 마무리 됩니다.

차분하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아주 세심하게 4가지 신화를 얘기해주셨습니다. 이 4가지 이야기는 2개의 주제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1부는 욕망 그리고 2부는 도전입니다. 욕망과 도전은 행복으로 이어집니다. 도전은 성취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의 삶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겁니다. 항상 생각합니다. 충분한 돈이 있어서, 놀고 먹을 수 있으면 편안하게 도서관에서 책이나 보고, 글쓰고, 맛있는 것 사먹고, 여행이나 다니면 행복할텐데. 편안하고 안락한 행동에서 성취를 경험하기는 어렵습니다. 성취는 고통과 고난이 지나가고 나서 내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뭔가를 성취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의 안주가 아닌 도전이 필요합니다. 도전을 위해서는 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합니다. 욕망입니다. 그 욕망은 놀라움과 경탄을 통한 의구심을 따라서 나타나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리스의 사람들이 옷을 벗은 모습이 많은 이유에 대한 엉뚱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르네상스로 이어지는 인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연결되는 김헌 교수님의 지혜가 엄청 멋있어 보였습니다.

A.I를 활용하느냐는 질문에도 성심을 다해서 본인이 어떻게 강의주제를 정하고, 그 강의주제에 맞는 사례를 A.I에게 질문해서 찾는지 상세하게 설명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처음의 다 알고 있는 얘기를 저렇게 상세하게 얘기한다고, 뭔가 획기적인 은유와 의미가 없다는 실망감을 갖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통찰력을 보여주셨습니다.

신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신화의 원전을 찾고, 신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흐름을 찾고, 그 신화 속의 상징과 의미가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라고 했습니다. 다른 재미있는 신화들의 해석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