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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책읽고 내 생각 적기)

도미니언(2020) -톰 홀랜드-

by 무우우우니 2024. 5. 16.

올해는 벽돌책을 자꾸 읽게 된다. 지난번의 개념-뿌리들도 하루에 30페이지 보기 힘든 책이었는데, 이 책도 한시간에 20페이지를 읽기가 쉽지 않았다.

도미니언의 뜻을 사전에 찾아보면 지배권, 권력, 지배, 통치, 주권 등의 뜻으로 나온다. 처음에 책을 보면서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책표지에서 기독교와 관련된 내용이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방대하게 2500년 기독교 전체의 역사를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책은 3부(고전고대, 기독교 세계, 모데르니타스), 21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에는 3개의 단원들이 있어서 총 63개의 단원으로 구성된 740페이지 정도의 책이었다. 하루에 100페이지를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기독교 전체의 역사에서 중요한 지역과 시간대를 기준으로 21개의 에피소드가 연결되어 있다.

다 읽고 난 이후에는 굉장한 성취감이 있었다. 몰랐던 많은 내용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도 들면서, 기독교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세계사의 중요 사건들은 내가 알고 있던 세계사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관점을 변화에 따른 인식의 차이를 확인시키는 책이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어느 시점에서의 에피소드로 시작해서 그 에피소드가 어떤 것과 연결되는지를 설명하는데, 고대의 시기는 어떤 에피소드를 얘기하려는 지 알아차리기가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중세정도에 와서야 익숙한 내용들이 나와서 고전고대의 내용은 기억에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내가 읽은 책과 뒷부분의 역자가 설명하는 책이 같은 책인지 혼란이 들 정도로 책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 대략적으로 기독교의 흐름에 대해서 수박 겉핱기 식으로 이해했다는 정도인 것 같다.

유다라고 하는 조그마한 나라의 변방에서 일어난 아주 조그마한 에피소드 하나에서 어떻게 현재까지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류 종교가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고자 한다는 이 책의 서문의 목표가 이 책을 계속 읽게 하는 추동력을 제공했다. 읽는 동안에 저 질문에 대한 답이 이것일까? 아니면 저것일까를 계속 자문하게 되었는데, 명확하게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역사를 통해서 변곡점에서 나타나는 사건들을 통해서 어떻게 기독교가 여러 분파로 나뉘면서도 중심 사상을 이끌어나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성과 속이 구분되어있지 않지만, 기독교는 바울 이후로 성과 속을 구분했다는 내용에서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늘어났다고 생각된다. 또한, 기독교의 성경읽기가 어려서부터의 종교활동을 통해서 여성들의 마음을 변화시켰고, 그 변화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다음 세대로 이어졌다는 부분에서 기독교의 역사가 세계사를 좌지우지하게 된 주요 원인이지 않을까 추측하게 된다.

바울에 의해서 만들어지게 되는 성경의 완성본도 드라마처럼 재미있었고, 중세의 카톨릭 중심주의에서 마틴 루터에 의한 개신교(프로테스탄트)로의 전환, 영국에서의 성공회로의 변화, 감리교, 장로회 등의 분파 등을 살펴보면서 기독교라는 나무가 시간의 흐름을 통해서 어떻게 가지를 펼치면서 거목이 되어갔는지를 흐름을 따라가면서 일체화가 되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무조건적인 믿음에서 이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변화, 이성을 통한 과학으로 인한 종교에 대한 반박과 그 반박이 신을 죽음으로 내몰고, 믿는 신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대의 상황을 보면, 기독교라는 종교의 역할을 다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중에 아프리카에서의 기독교 신자 수의 증가, 믿음에 따른 행동의 변화가 국가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생각해 보면 기독교는 또다시 모양을 바꾸면서 생존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현대의 주류가 되고 있는 민주주의, 인본주의, 평등, 자유에 대한 관점이 기독교에서 차용한 개념이라는 저자의 설명에는 깊이 공감하게 된다. 한편역자도 설명했듯이 기독교만이 아닌 다른 종교와 학문에서도 자유와 평등에 대한 유사한 주장과 개념이 있어왔다는 말에 더 공감이 갔다.

이 책에서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다윈의 진화론,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등이 기독교와 역사(아돌프 히틀러 등)에 끼친 영향과 니체가 비판한 약자에 대한 배려가 인류를 진화하지 못하게 했다는 데 대한 반박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적자생존이라는 것을 강자존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적응의 방식으로 협력과 협동이 있어야만 했다는 내용으로 진화론자들이 설명하는 것은 생략되어 있어서 아쉬웠다.

기독교의 사랑이 불교의 자비와 다른 것이 아닐 것이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상호 협동이 필요했고, 그 신뢰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종교가 필요했다는 당위성과 연결되는 지점은 없을까 궁금하다.

이 책 전에 읽었던, 세계의 주류를 Western, Industrialized, Educated, Rich, Democratic (=WIERD)로 설명했던 책에서 읽었던 기독교의 역할도 생각이 났다.

방대한 세계사를 기독교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흥미롭고 훌륭한 책이었다. 톰 홀랜드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다음은 아마도 루비콘이 될 것 같다. 


< 책 앞 머리의 글귀 - 3개, 모순, 갈등, 사랑을 나타낸다고 역자가 해설>

사랑하라. 그리고 네 뜻대로 행하라. -성 아우구스티누스

당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옳다고 지목된 것을 당신이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다음에 그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데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당신에게 필요한 것 사랑뿐.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

 

오래전에 사라진 제국에서 이름 없는 범죄자의 처형을 바탕으로 발흥한 종교가 어떻게 하여 이처럼 세상을 바꾸어 놓는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 기독교적 영향의 여러 흐름을 추적하려고 한다. ~~~ 그리스 로마의 고대 세계와 라틴 서방에 국한시켜 살펴보고자 한다. (P26)

스카페 형에 처해진 사람의 몸을 파먹고 그의 배설물에서 자양을 얻은 벌레와 구더기도 그 죄수의 살을 먹은 그 행위로 인해 둘 다 거짓과 어둠의 행위자임을 확증한다. (P44)

우주 질서의 윤곽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 우주에 스며들어 있는 법칙, 다시 말해 신의 누스만이 도시에 적절한 통치 기술을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P61)

아리스토텔레스가 운명에 감사한 이유 : 1. 내가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고, 2. 내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이고, 3. 내가 야만인이 아니라 그리스인이라는 것이다. (P62)

"언제나 용감하게 싸우고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십시오." 이것이 포세이도니오스가 원정길에 나선 폼페이우스에게 해준 조언이었다. (P71)

야훼가 당초 여러 신들 중 하나였다는 사실의 흔적을 모두 지울 수는 없었다. ~~~ "정녕 구름 위에서 누가 주님과 견줄 수 있으며, 신들 가운데 누가 주님과 비슷하겠습니까?" (P92)

바울 : 그의 본능과 편견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어릴 적부터 교육받은 환경의 결과물이었다. ~~~ 그리스의 전통에서 말하는 사랑의 의미에 직면했을 때 그가 느낀 혐오감은 바리새인의 그것이었다. (P134)

바울은 그리스인의 가르침까지도 망설임 없이 차용했다. ~~~ 복음의 핵심에 스토아학파의 개념인 양심을 차용한 것이다. ~~~ 바울 이전에는 유대교의 도덕(신의 율법)과 그리스 철학(자연법, 즉 양심)이 이처럼 획기적인 효과를 거두며 융합된 적이 없었다. (P137)

"사람과 장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옳게 말한 것은 무엇이든지 우리 기독교인의 재산이다."  하느님이 유대인뿐만 아니라 그리스인에게도 말씀을 선포했다는 이론이 오리게네스에게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 바울 이래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철학에서 신성의 진정한 빛을 발견해 왔다. 하지만 교회의 역사에서 오리게네스 이전에 그만큼 철학에 정통한 대가는 없었다. (P172)

325년 콘스탄티누스는 제국 전역의 주교들을 종교회의에 소집했다. ~~~ 교회들이 준수해야하는 신경(신앙의 신조를 적은 경문)을 확정하자는 것이었다. (P187)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통의 의례가 아니라 공통의 믿음을 통하는 것이었다. (P188)

율리아누스 :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을 기억하라"라는 지시를 엄중하게 내렸다. (P195)

율리아누스의 통찰은 과연 옳았다. 자선은 실제로 권력을 낳는다. (P197)

마르탱 : 그가 평생 헌신해 온 원칙에서 나온 것이었다. 재산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자선을 베풀어야 하고, 그런 자선 행위에는 어떤 경계나 한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었다. ~~~ 거지에게 외투 반쪽을 떼어 준 날 저녁, 그는 꿈을 꾸었다. ~~~ "네가 나의 형제들 중 가장 미약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내게 해준 것이니라." (P208)

인간은 날마다 참회하며 살아가야 한다. 용서를 비는 기도만 올려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 ~~~ 원죄의 결정적 오염을 씻어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P218)

사람의 짧은 생애는 참새가 홀 안으로 날아들어 왔다가 재빨리 겨울의 강풍 속으로 사라지는 것과 비슷했다. (P241)

재로 수도원 : 비드는 그때까지 성취된 모든 것이 정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인데 이루어졌다는 외경심을 품고 살았다. (P263)

순나에는 로마나 페르시아 법률의 세부 사항, 시리아나 메소포타미아 관습의 파편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것이 예언자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라고 주장하기만 하면 이런 이른 설득력을 얻었다. (P272)

지옥과 부활절이라는 기독교 명칭이 생겨났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앵글로-색슨의 옷에다 입힌 것은 이교도의 과거에 승복했다는 뜻이 아니라 이교도가 완전히 패퇴했다는 뜻이었다. (P282)

프리지아의 이교도 근거지에 널리 퍼져 나간 그 할살 소식은 살아 생전에 보니파키우스가 성취하지 못했던 것을 성취했다. "하느님의 보복이 가져온 폭력에 겁먹은 이교도들은 순교자가 살아 있을 때에는 거부했던 가르침을 그의 죽음 이후에 받아들였다."  그것은 카를링거 왕조가 결코 잊지 않은 개종의 한 모델이었다. (P285)

전투는 하느님의 권위가 증명되는 최후의 시금석이었다. ~~~ 그리스도에 호소하면 그 보상이 넉넉하게 주어진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 기독교 세계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노선은 그 세계를 박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의 조직 속으로 편입하는 것이었다. ~~~ 헝가리 왕 게자는 기독교 신자가 되었다. (P300)

개혁가들의 구호 중에 사람을 가장 도취하게 하는 것은 리베르타스(libertas - 자유)라는 말이었다. (P317)

기독교 교리와 모순, 교리에 도전하는 사항들 분류 : 아벨라르는 교회법의 편찬자들이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그런 편찬 작업을 했듯이, 기독교 정통 교리의 커다란 조직을 찢어 놓기보다는 보호할 생각으로 그렇게 했다. 그의 목적은, 그리티아누스가 그랬듯이, 분열이 있는 곳에 조화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 "우리는 의심함으로써 탐구하게 되고, 탐구함으로써 진실을 알게 된다." (P331)

자유 의지는 아주 오래된 족보를 가진 용어였다. 그것은 에이레나이오스가 등장하기 전의 시대에 가장 위대한 호교론자였던 유스티누스가 만들어낸 용어였다. ~~~ 기독교인들에게 획기적인 확신을 심어 주었다. ~~~ 그들은 자기 인생의 주인이었다. ~~~ 카테리나는 모든 사람에게 돈나(donna - 자유로운 여인)로 인정을 받았다. 돈나는 '그녀 자신이 자신의 몸을 소유한 주인'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P380)

소도미 : 동성의 상대와 성관계하는 남녀는 자연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죄악을 범하는 것이라는 개념은 순전히 기독교 교회의 창조물이었다. (P391)

이런 화려한 업적들 위에는 불안의 어두운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만약 고대인들이 정복된 사람들을 마음대로 죽이거나 노예로 삼을 권리를 의심했더라면 그들은 제국을 획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P415)

바스톨로메 데 라스카사스는 자신이 다시 태어났음을 발견했다. 그는 자기 소유의 노예들을 해방시키고는 그 순간부터 인디언을 압제로부터 보호하는데 전적으로 헌신했다. ~~~ "왕중왕인 예수 그리스도는 이 세상을 얻기 위해 군대를 데리고 오신 것이 아니라 거룩한 설교자들을 데리고 오셨다. 그분은 늑대들 사이의 양이었다." (P416)

기독교는 상대방에게 강요가 아니라 설득으로 선교해야 한다. 왕도 황제도 교회도 식민지의 주민들을 정복하라고 명령할 권리가 없다. (P417)

바울도 아우구스티누스도 실제로는 후스파였습니다. 과거를 새롭고 과격한 관점에서 되돌아보지 않으면 도저히 하느님의 목적에 봉사할 수 없다는 것을 루터는 깨달았다. (P425)

 진리의, 개념이 녹아서 사라지고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파악될 것이다. "신앙에서 길을 잃은 자는 누구든지 그 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믿게 된다." (P442)

"우상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공장." 칼뱅은 인간의 마음을 이런 식으로 묘사했다. (P448)

만약 하느님이 신자 개인의 내면적 체험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면, 우주의 광대무변한 복잡함 속에서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었다. (P454)

한 신자가 보기에 아나키(무질서)인 것은 다른 신자의 입장에서는 자유가 될 수도 있었다. 성령의 은총을 강조하는 다른 개신교도를 범죄자로 만들고자 하는 장로교는 매우 신중하게 행동해야 했다. (P493)

범신론 : 스피노자는 기독교인이 아닌, 그렇다고 유대인은 더더욱 아닌 철학자의 시각으로 우주를 관찰했다. 그는 신학의 지극히 어려운 실타래를 풀어보려고 하는 대신, 칼을 들어 그 실타래를 잘라 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P504)

우주를 다스리는 법칙 너머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느님이 바로 그런 법칙이었다. ~~~ 아벨라르는 "기적 없이 비롯된 모든 것은 적절히 설명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 말은 그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진실한 말이었다. ~~~ "신성한 것을 다루는 성직자들에게 법령을 만들고 정부의 일을 다룰 권한을 주는 건 종교와 국가 모두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일인가." (P505)

성령으로 계몽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비웃으며 그건 그들의 공상을 거룩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조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계몽은 이성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P507)

스피노자는 서로 경쟁하는 교리들의 바벨탑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바벨탑에 또 다른 기독교 신앙의 변종을 추가했을 뿐이다. (P509)

삶은 거룩함을 향해 가는 지칠 줄 모르는 여정이 되었다. 그런 것이 순례자의 길이었다. 진정한 기독교 신앙은 진전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P510)

노예제의 주장은 기독교 전통과 맞지 않음이 자명했다. ~~~ 퀘이커교도-노예제 폐지론자-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구약성경의 모호한 구절들을 가져와 노예제를 옹호했다. (P516)

레이가 노예제를 폐지하는 걸 목표로 삼은 것은 사회 자체에 순례자의 특성을 부여하려는 행위였다. (P518)

그의 평생 순례는 목표에서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1795년 숨을 거둘 때, 벤저민 레이는 자신의 공동체를 조금은 더 자신의 이상에 가깝게 변모시켰다. (P519)

새로운 쥐스틴(소설) : 인류의 본질적인 선을 언제나 믿는 쥐스틴은 반복하여 강간당하고 짐승 같은 취급을 받는다. 미덕이라면 아예 경멸해 버리는 쥘리에트는 매음과 살인을 자행하며 어마어마한 부를 쌓아 나간다. (P566)

고대 그리스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강도가 있었다. 그는 초대한 손님을 침대에 눕힌 뒤 사지를 잡아당기거나 절단하여 침대의 길이에 맞추었다. 인도 문명의 수많은 풍성함, 복잡함, 이중성 등에 직면한 영국 학자들도 프로크루스테스와 무척 비슷한 생각을 했다. (P558)

개혁 운동은 십자가를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다 숨겨야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P580)

아프리카 문제를 잘 정리하고 외국의 통치를 받도록 한 사람들은 노예 상인들이 아니라 노예 해방론자들이었다. (P581)

"현대 문명은 자연 도태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지" ~~~ 그런 개념을 무제한 그냥 내버려 두면 그것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반드시 퇴보할 터였다. (P592)

불가지론의 원칙이 "진리를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 논증될 수도 증명할 수도 없는 진리, 초자연적 계시라고 알려진 주장에 의존하는 진리는 전혀 진리가 아니었다. 최신 유행인 사진술에 종사하는 어떤 사람이 말한 것처럼, 과학은 그 반대편의 것인 종교와 나란히 놓음으로써 정의되었다. (P596)

초자연적인 것의 개념을 아예 무시한 카네기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회학자가 말한, "부유한 자보다 가난한 자를 편애하는 저 오래된 기독교의 편견"도 마찬가지로 무시했다. (P604)

1883년 마르크스의 장례식엔 열 명 남짓한 사람이 참석했을 뿐이다. ~~~ 유기물에 관해선 다윈이 진화 법칙을 발견했듯이, 인류의 역사에 관해선 마르크스가 진화 법칙을 발견했다. (P608)

고통스럽고 무기력한 군인들 옆에 서서 ~~~ "우리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압니다." (P618)

한때 기독교 세계였던 거대한 동굴에서 신의 그림자는 여전히 광대하고 끔찍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 기독교가 스스로 세속주의로 다시 단장한 것은 기존의 기독교 신화들 못지않게 신화적이었다. "인간의 존엄성, 노동의 존엄성 같은 환상"은 하나부터 열까지 기독교적이었다. (P621)

운명은 잉크가 아니라 사람들의 피로 쓰인다는 것 말이다. 보편적인 도덕이란 없었다. 러시아인은 독일인이 아니었다. ~~~ 영혼의 명령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민족은 멸종할 수밖에 없는 민족이었다. 히틀러는 이렇게 경고했다. "이 세상에서 훌륭한 인종이 아닌 모든 사람은 쓰레기다." (P632)

청년 시절 톨킨은 솜강의 진흙탕 속에서 오토 딕스와 아돌프 히틀러를 상대했었다. (P639)

니체 : "괴물과 싸우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심연을 오래 응시하고 있으면 심연 또한 당신을 응시한다."  ~~~ 니체는 신의 죽음 이후 어떤 혼란이 뒤따를지 경고했다. 선과 악은 단지 상대적 개념이 되고 도덕률은 확고한 기반 없이 표류할 것이었다. (P647)

마틴 루터 킹 주니어 : 그의 꿈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공정이 맑은 샘물처럼 쉼 없이 솟구치는 것이었다. (P656)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대체하려는 자들보다 더 우월하다는 확신을 거득하여 품었고, 그런 사상의 배경은 기독교였다. (P673)

역사의 저울위에 올라간 공산주의는 함량 미달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 세속주의, 자유민주주의, 인권의 개념, 이것들은 온 세계가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사랑이었다. 계몽 운동의 유산은 모든 사람의 것이었다. (P675)

무슬림 국가들은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쿠란이나 순나에서 온 것이 아닌, 기독교 국가들에서 고안한 법률이 부과한 여러 책무를 지켜야 했다. 그런 책무는 남녀평등, 이슬람교도와 비이슬람교도 사이의 평등, 노예제 금지, 공격적인 전쟁 금지 등이 있었다. 알마크디시는 이런 교리들은 이슬람교에 없는 것들이라고 잘라 말했다. (P681)

세속주의의 가치가 -다소 역설적이게도-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무시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 가치가 실은 매우 기독교적임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 주는 증거였다. (P698)

"하찮고 고통받는 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동정을 나타내는 척도는 '영혼의 고귀함'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었다." 니체가 기독교에 대하여 가장 경멸한 건 바로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가 가르친 이 획기적인 교훈이었다. (P709)

역사에 의해 제공된 희망, 즉 인류의 삶에 질서와 목적이 있다는 생각은 내 이해 범위를 멀리 벗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가 남긴 유명한 말처럼, "우주가 더 이해되는 것처럼 보일수록 그것은 더 무의미해 보인다."  (P715)

행위들에 대하여 그들을 비난하는 기준 또한 기독교적이었다. 설혹 서구 전역의 교회들에서 신자들이 계속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이런 기준들이 신속하게 바뀔 가능성은 없다.  (P722)

이러한 용서와 사랑은 오롯이 기독교에서만 가르친 개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간이 모순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양의 동서와 시의 고금을 가리지 않고 똑같고, 그래서 그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비슷했다.  (P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