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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책읽고 내 생각 적기)

삼체(2013) 1~3편 - 류츠신

by 무우우우니 2024. 4. 12.

1편 452페이지, 2편 716페이지, 3편 804페이지 총 1,972페이지의 책을 몇일 사이에 읽었다.

1~3편 중에서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2권의 뤄쉰의 삶이었던 것 같다. 전체적인 세계관을 형성하고 그 세계관에 따른 세계적인 멸망이벤트에 대해서 이렇게 몰입감 있고, 사실적으로 적는 것은 대단한 작품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시작부터 추리소설과 같이 의문과 긴장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작가의 필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읽는 내내 감탄만을 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소설의 인물을 창조하는 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1,972 페이지 중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의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인물이 스스로의 인격과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게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꼭 따라해보고 싶은 내용이었다. 작가라는 사람들이 저런 방식으로 인물을 만들어낸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마음 속에 머릿 속에 남아 있을지 경이로웠다.

SF 소설로서의 "삼체"라는 소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벤트로 인해서 인식하게 되고, 읽게 되었지만 이것을 영상화했을 경우 어느 정도의 현실화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1편, 2편, 3편이 연결은 되지만 같은 세계관 속의 다른 주인공들의 삶을 얘기하는 것이라 독특하고 재미있는 구조였다. 1편은 삼체문제, 2편은 암흑의 숲, 3편은 사신의 영생이라는 제목으로 씌어있는데, 제목이 모든 주제를 나타내고 있어서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세계관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같이 따라간 것 같은 시간의 흐름이 머릿속에 남는다. 개별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전체 인류로써의 잘못된 선택과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상상속에서만 그려냈다기에는 너무 사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 문장들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지식과 인간에 대한 이해는 왜 판타지 소설과 SF 문학의 구분선이 되는 듯도 느껴졌다.

나는 문피아의 현대판타지들을 좋아하고 많이 잃는 편인데, 그 책에서 나오는 클리셰와 이야기 구성에 익숙한 나로서는 첫장부터 시작해서 꾸며진 복선이 끝으로 가면서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연결되는 짜임새에서 대단한 놀라운 감정을 느꼈다.

나는 빅뱅, 물리학, 과학에 대한 관심이 꽤 많은 편이고 끈이론과 다중우주론 등에 대한 책도 몇 권을 본적이 있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얘기 중 어디까지가 사실적인 과학인지? 어디서부터 상상의 산물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빛의 속도와  태양을 반사판으로 하는 전파발송, 중력파 메세지, 차원의 변경 등에 대한 내용은 어디까지를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야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류츠신이란 작가에 대한 소개에서 젊어서 외딴 수력발전소를 지키는 직장을 잡아서 저녁에 도박을 하면서 살다가, 크게 돈을 잃고 난 이후, 돈이 안되는 것보다 돈이 되는 어떤 일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저녁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읽었는데, 내가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얘기였다.

내가 상상하고 꿈꾸는 세상을 이렇게 글로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삼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저자인 류츠신을 닮고 싶어진 것이 이번 독서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1편>

하지만 누구나 두려운 게 있는 법이지. 적도 마찬가지일 테고. 대단한 놈일수록 그가 두려워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치명적이지. (P155)

현재 전 인류는 '하늘을 불러도 대답이 없고, 땅에 소리쳐도 응답이 없는 지경에 도달했습니다.'  <규천천불응, 함지지불리> (P232)

진자는 거대한 금속 주먹 같았다. 냉혹한 우주를 향해 끊임없이 주먹을 휘두르면서 삼체 문명의 불굴의 의지를 소리 없이 외치는 것 같았다. (P275)

다싱안링 깊은 곳의 작은 마을에서 예원제의 마음속 무엇인가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녀의 마음속 설원에 맑고 투명한 작은 호수가 생겼다. (P333)

인류 문명은 자기의 힘으로 개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P353)

이렇듯 많은 사람이 인류 문명에 철저히 절망해 자신의 종을 증오하고 배반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과 자손을 포함한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은 것이 지구 삼체 운동의 가장 놀라운 부분이었다. ~~~ 정신귀족운동 ~~~ 회원 대부분이 지식인 계층이었고, 정재계 인사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P357)

공포, 슬픔, 행복, 아름다움 등 모든 감정은 삼체 문명에서는 있는 힘을 다해 피하고 없애야 할 것이었다. (P397)

지구의 문명을 멸망시키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들은 호전적이라 매우 위험하다. ~~~ 단 한 가지 영원히 금지 사항이 있다. '출산', (P398)

<제2편>

그는 병세가 어떤지 묻지 않았다. 정직한 군인 정신이 담긴 대답이 돌아오리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진실한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았다. (P82)

10분 전 오늘의 마지막 빛을 장베이하이 아버지의 병실 안으로 밀어 넣었던 바로 그 태양이었다. (P91)

지금까지 그녀의 죽음에 대해 그가 느낀 건 충격과 공포 그리고 책임 회피였다. 이 모든 일이 그녀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야 황금보다 더 귀중한 슬픔을 그녀에게 한 줌 내어주고 있지 않은가? (P106)

그건 작문이지 문학적 이미지를 창조하는 게 아니잖아. 소설 속 인물이 10분 동안 하는 행동 속에 그가 10년간 겪은 모든 것이 녹아 있어야 해. 소설의 줄거리에만 국한하지 말고 그녀의 인생 전체를 상상해봐. 글로 쓰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야. (P108)

자신의 영혼 중 가장 깊고 조용한 곳은 그녀가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가 있는 세계를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곳은 아주 고요한 설원이며 그곳 하늘에는 언제나 은색 별과 초승달이 걸려 있지만 눈이 계속 내리고 백설탕처럼 새하얀 설원이 펼쳐져 있다. (P123)

대뇌의 사고와 기억 활동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분자 차원의 활동이 아니라 양자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138)

인간의 유일한 의무는 삶을 누리는 거야. (P281)

현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사실 인류 자신에게서 비롯된 거잖아요? (P418)

우주는 암흑의 숲이에요. 모든 문명이 총을 든 사냥꾼이죠. ~~~ 다른 생명을 발견하면 그게 사냥꾼이든 아니든, 천사든 악마든, 갓난아기든 꼬부랑노인이든, 소녀든 소년이든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에요. 총을 쏴서 없애버리는 거죠. 이 숲에서 타인은 그 자체만으로 지옥이고 영원한 위협이에요. ~~~ 이것이 바로 우주 문명이고 페르미 역설에 대한 해석이에요. (P670)

<제3편>

양둥에게는 기본적인 신념이 있었다. 삶과 세상은 추악할지 몰라도 미시적, 거시적 종극은 조화롭고 아름다우며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세계는 이 아름다운 바다 위에 떠 있는 거품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일상의 세계는 아름다운 겉포장을 두르고, 그것이 품고 있는 미시적, 거시적 현실은 어지럽고 추악했다. (P32)

항공 우주학을 전공한 뒤 음료 회사를 차린 기업가였다. 그는 행동가였다. 원래 인생이란 그런 사람들의 것이다. 자신 같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내팽개쳐질 뿐이라고 윈텐밍은 생각했다. (P49)

윈텐밍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 날씨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고 하늘은 평소와 똑같은 남회색이었다. 창 앞의 참나무는 잎이 다 떨어져 마지막 잎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심지어 오늘은 아침 메뉴도 평소와 똑같았다. 오늘은 이미 지나간 28년 11개월 6일처럼 특별한 게 하나도 없었다. (P62)

구세주로 추앙받는 것과 단두대로 끌려가는 것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그녀)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 뤄지가 그랬고 지금은 청신이 그렇다. (P176)

탈물질 효과 : 사람이 지구 세계에 있을 때는 물질의 실체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잠재의식 속 세계의 이미지가 물질과 실체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외우주에서는 별은 멀리서 흐릿하게 반짝이는 점이고 은하계도 그저 희마한 빛을 내는 엷은 안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 때문에 감각기관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세계가 질량과 실체감을 상실하고 시간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된다. (P196)

사람들은 붐비고 먹을 것도 없는 대륙에서 민주주의가 독재보다 더 무섭게 변했음을 발견했다. (P257)

노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녀는 자신도 머나먼 사막 속 숲에 살고 있다는 상상을 했다. 세상과 단절되어 고요함에 휩싸인 채. (P337)

만약 세상이 손가락 하나 튕기는 사이에 재가 되어 날아갈 수 있다면 한 사람의 종말이라는 것도 풀잎을 따라 굴러떨어지는 이슬방울처럼 평온하고 담담해야 한다.  ~~~ 청신은 문득 자신에게 친구 둘이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 조금 전까지만 해도 투명하고 아무것도 없었던 그녀의 마음이 갑자기 저릿저릿해졌다. (P361)ㅘㅡ

자신을 사랑하는 한 남자가 수 광년의 거리를 초월해 자기 곁을 지키고 있다는 걸 조금 일찍 알았다면 ~~~ (P387)

죽음이 바로 유일하게 영원히 불을 밝히고 있는 등대라는 걸. 어디로 항해하든 결국에는 그 등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야해. 모든 건 언젠가는 사라지고, 사신만이 영생할 수 있어. (P486)

생존을 가로막는 건 무능과 무지가 아니라 오만이에요. 물방울을 생각해보세요! (P639)

우린 아주 일부밖에 못 봤어요. 나머지는 모두 추측이고요. ~~~ 전원 시대가 지나고 전쟁 시대가 되면서 한 차원, 한 차원 거시에서 미시로 줄어들고, 광속도 계속 늦어진 거로군요..... (P738)

박사님이 검잡이였다는 걸 알아요. 박사님에겐 잘못이 없어요. 인류가 박사님을 선택한 건 모든 생명을 사랑으로 대하길 바랐기 때문이예요. ~~~ 박사님은 그 세계의 바람을 실현시키고, 그 시대의 가치관을 구현해주었어요. ~~~ 누구도 한 세계를 명망시킬 순 없어요. (P755)

모든 문명이 작은 요람에서 깨어나 아장아장 걸어 나온 뒤 날아오르게 되고, 점점 빠르고 멀리 날다가 결국 우주의 문명과 하나가 된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지적 존재의 문명은 결국 그들이 가진 생각의 크기만큼 발전한다. (P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