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 마카르 알렉세예비치>
나 혼자서 찾는다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선택해서 읽을 만한 책을 읽게 되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최초의 소설이라는 말에 이 책을 읽으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스토옙스키를 숭배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으면서 서간체 소설이며, 마카르 알렉세예비치와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어떤 관계인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주고 받는 편지의 내용으로 이들의 과거를 유추해낸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추리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은 왜 가난한지? 얼마나 가난한지? 바르바라는 왜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의문은 가득하다. 많은 것을 추측하게 하고, 상상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이 소설은 내 상상력을 적절히 자극했다. 다 읽고 난 이후 내가 이해하는 두 사람의 관계는 먼 친척이면서도 서로 결혼을 할 수 있는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일 것이라 생각한다.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는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어려운 처지에 빠진 것을 알게되고 자신의 몇개월치의 월급을 가불해서 그녀를 도와주고, 보살펴준다. 바르바라는 그 보살핌에 감사하면서도 마카르의 도움을 고마워하며 받는다.
중간에 나오는 바르바라의 어린시절 얘기를 통해서, 아마도 바르바르는 아버지쪽의 친척인 안나 표도로브나의 주선으로 엊혀살던 곳에서 주선받은 브이코프라는 지주와의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집을 나왔고, 마카르에 의해서 몸을 의탁했던 것이라고 이해했다. 안나 표도로브나는 아마도 포주 또는 뚜쟁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마카르가 바르바라에게 쓴 편지에는 자기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그 얘기 속의 인물들을 통해서 왜 이 책의 제목이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지어졌는지, 왜 도스토옙스키가 사람들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진 작가로 존경받는지를 알게 되었다.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양식을 묘사하면서 한탄과 안타까움의 시선으로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드러내 보여준다.
사람들이 가난해지는 이유는 한가지가 아니지만, 가난해진 사람들은 유사한 행동패튼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변덕스러워요. 태아날 때부터 그렇습니다. ~~~ 가난한 사람은 성격이 까다롭습니다. 그는 이 세상을 남과 다르게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흘끔흘끔 곁눈질하고, 당혹스러운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혹시 누가 자기 말을 하진 않는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곤두세웁니다. (P130)
위의 문장은 정말 공감이 갑니다. 가난한 사람은 자부심이 없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봅니다. 그러다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만나면 금방 잘난체를 하고 으스댈 겁니다.
어쨰서 어떤 사람에겐 태어나기 전부터 눈먼 행복이 예정되어 있고, 다른 이에겐 양육원에서 이 세상으로 곧장 나와야 하는 가혹한 삶이 준비되어 있을까요? (P170)
사람의 행복은 태어나기 전에 정해진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이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믄 않는다.
가난은 하고 싶은 것을 막아서 결국은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기합리화로 이끌어낸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멸시와 동정을 받게 되고, 자신감 없는 태도가 몸에 입혀지게 된다.
이 책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너무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러시아라는 나라는 까도 까도 껍질이 계속 나오는 양파같다. 이 사람들이 살았던 1840년대가 특별했던 것일까? 지금도 러시아라는 나라는 생각과 행동양식이 다른가? 정말 궁금한 점이 많이 생기는 소설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은 엄청 흥미롭다.
내가 어떻게 당신한테 들르겠어요? ~~~ 소문과 유언비어가 나돌 테죠. 결국엔 엉뚱한 사건이 되어 버릴 거예요. (P24)
그들이 사는 방 앞을 지나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왠지 평소와 달리 집 안이 조용했습니다.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P31)
우리가 시골을 떠난 때는 맑고 따뜻하고 청명한 시기였고, 농사일도 끝나 갈 무렵이었다. 탈곡장에는 벌써 거대한 낟가리가 쌓였고, 새들은 짹쨱거리며 떼를 지어 모여들었다. 모든 것이 아주 밝고 즐거웠다. 그런데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니 곧 비가 내렸다. ~~~ 우리 집은 온종일 끔찍한 우수와 무료함에 젖어 있었다. (P39)
아버지의 성격은 완전히 악화되었다. ~~~ 모든 실패, 모든 불행, 그 밖의 모든 것들이 나와 어머니의 탓이라고 분풀이를 했다. (P42)
안나 표도로브나 : 교만하다는 비난을 이해하지 못했다. (P46)
포클롭스키 에게 장난 : 마지막 인내심을 잃게 하는 데 성공했고, 불행하고 가련한 그가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상기하도록 강요했던 것이다. (P49)
그가 나 때문에 그 지긋지긋한 책들을 잊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은밀한 기쁨과 자랑스러운 만족감을 느꼈다. (P62)
포클롭스키에 선물 : 노인은 여태 이런 온정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듯 너무 기뻐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P71)
페테르부르크로 이사한 뒤 사 년 동안의 생활 중에서 가장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전부 슬프고 고통스러운 추억뿐이다. 드디어 나의 불행한 나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P72)
시민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돈을 버는 재주라고 하더군요. (P82)
문학이란 좋은 겁니다. ~~~ 문학이란 참 심오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굳세게 하고 깨우쳐 주지요. ~~~ 문학은 그림이다. 즉 어느 정도 그림이나 거울 같은 것이다. 정열의 표현이고, 아주 섬세한 비평이며, 도덕적 교훈이고 기록이다. (P90)
공동의 화제에 대해 다만 반 마디라도 거들려고 저녁 내내 궁리해 보지만 마치 일부러 그러는 양 그 반 마디가 나오지 않는 거예요! ~~~ 속담에 몸뚱이만 크고 머리는 텅 비었다더니, 날 두고 하는 말입니다. (P91)
벨킨 이야기 중 역참지기 : 인간이란 마치 자신의 생활 전체를 직접 쓴 것 같은 책을 바로 옆에다 놓고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이전엔 몰랐던 모든 것을, 바로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생각하고 발견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P109)
모두가 그녀를 '나의 글라샤'라고 부르며 그녀만을 사랑했고, 마음속에 카나리아 한 마리를 품고 있었어요. (P113)
극장 배우 : 심신이 완전히 지치고 심지어 빚을 지게 되자 그녀에 대한 사랑도 식어 버리더군요. (P114)
불행은 전염병과 같습니다. 불행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은 더 이상 전염되지 않도록 서로 피해야 합니다. (P122)
가난한 사람들은 변덕스러워요. 태아날 때부터 그렇습니다. ~~~ 가난한 사람은 성격이 까다롭습니다. 그는 이 세상을 남과 다르게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흘끔흘끔 곁눈질하고, 당혹스러운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혹시 누가 자기 말을 하진 않는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곤두세웁니다. (P130)
나를 망가뜨리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이 모든 삶의 불안, 온갖 쑥덕거림, 웃음, 농지거리입니다. (P153)
낙심하고 말았습니다. 우선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고, 구두 밑창보다 나을 게 없는 인간이예요. (P160)
어쨰서 어떤 사람에겐 태어나기 전부터 눈먼 행복이 예정되어 있고, 다른 이에겐 양육원에서 이 세상으로 곧장 나와야 하는 가혹한 삶이 준비되어 있을까요? (P170)
고르호바야 거리에서 샤르만카를 연주하는 악사 : 그는 하루 종일 걸어 다니다가 피로에 지쳐서야 겨우 몇 푼을 얻어먹고 살아가지만,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이고 제 힘으로 벌어먹습니다. (P171)
어떤 '제발'은 닳아빠지지 않은 데다 거칠고 무시무시합니다. 꼬마에게 쪽지를 건네받은 오늘 같은 경우가 바로 그렇습니다. (P175)
너를 낳아 준 아버지를 위해서는 기도하지 않더라도 국장님을 위해 날마다, 항상 기도하라고 말입니다. (P187)
연약한 당신은 감기에 걸릴 겁니다. 당신이 탄 마차는 비에 젖을 겁니다. ~~~당신이 이 도시의 관문을 벗어나자마자 마차는 부서질 겁니다. ~~~ (P220) -아리랑이 떠오른 문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