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2018)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요즘 좋은 책들을 많이 추천을 받고 읽고 있다. 이 책도 전혀 모랐던 형태의 사회 정치 서적으로 분류를 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뒷편에 나온 민주주의 붕괴의 구체적 신호들이 현재의 한국에서 일어나는 것과 너무나 똑같이 일치해서 이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전체적으로 책을 읽고 난 이후에 다양한 독재적 사례들이 나오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정에 정확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우리 나라 현실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좋은 책은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 "손자병법"을 경영과 결부시켜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오늘날의 경제상황을 고대의 전쟁상황과 비교하면서 승자독식의 형태가 전쟁을 치루는 것과 같아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할 때, 전쟁과 현대의 경제 경쟁은 구분해야 한다는 강한 주장을 했던 강사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도 전쟁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이 원칙이다. 죽고 사는 것의 문제이므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생존이고, 그 생존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과 도구를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쟁과의 차별점이다.
하지만, 사회의 기득권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은 점점 전쟁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정치가 전쟁이 되면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무너지게 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한 핵심 문장을 찾으라고 한다면, 아래의 문장을 꼽겠다.
지금까지 두 가지 기본적인 규범이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미국 사회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왔다. ~~~ 그 두 가지 규범이란 정당이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mutual toleration)과 이해(=understanding),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forbearance)를 말한다. (P15)
정치는 잉여소득을 나누는 방법에 대한 협상이라는 정의를 들었던 적이 있다. 어떻게 이익을 나눌 것인가?에 대해서 상대편을 나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양보와 견재와 협상이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를 이겨서 내가 모든 것을 가져야 할 적대적 존재로 정의하는 순간, 나도 죽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수단의 과격화를 끝없이 상승시키는 군비경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군비경쟁의 결과는 두가지다. 한쪽의 굴복 또는 양쪽의 파멸. 치킨게임이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점차 양극화되고 있고, 나와 상대편을 아예 다른 집단으로 정의하려는 전쟁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누군가를 헤치려고 한다면, 그 누군가도 나를 헤칠 수 있다. 결국, 내가 받기를 원하는 데로 남을 대해야 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성경과 논의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때라고 생각한다.
극우와 극좌로 이념의 분리가 이어지다 보면 상대편을 사람이 아닌 대상으로 인식하고, 가혹행위에 대한 죄책감에도 무감각해지는 전쟁적 경쟁상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러시와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미국의 대통령이 트럼프로 바뀌면서 전쟁 목적의 정당성과 정의와는 별개로 정치와 힘의 논리에 의해서 약자인 우크라이나가 속수무책으로 불합리한 협정을 맺는 것을 보면서, 을사늑약이 진행되던 시기의 대한제국의 모습이 떠올라서 안타깝고 슬펐다. 우리 나라의 정치가 내부 분열이 아닌, 상호협력을 통해서 자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의 앞날도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따르게 될까 두렵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다. ~~~ 쿠데타나 계엄령 선포, 혹은 헌정 질서의 중단처럼 독재의 '경계를 넘어서는' 명백한 순간이 없기 때문에 사회의 비상벨은 울리지 않는다. (P12)
지금까지 두 가지 기본적인 규범이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미국 사회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왔다. ~~~ 그 두 가지 규범이란 정당이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mutual toleration)과 이해(=understanding),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forbearance)를 말한다. (P15)
극단적인 양극화가 민주주의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P16)
잠재적 대중선동가는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 존재하며, 때로 그들은 대중의 감성을 건드린다. ~~~ 어떤 사회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경고신호를 인식하고, 이러한 인물들이 권력의 중앙 무대로 올라서지 못하도록 방어한다.~~~ 정치 엘리트 집단, 특히 정당이 사회적 거름망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이다. (P29)
정당문지기들은 힘을 크게 잃었다. 첫째, 연방대법원의 2010년 판결 덕분에 외부 자금을 선거운동에 훨씬 더 수월하게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다. ~~~ 또 다른 요인으로 대체 언론, 특히 케이블 뉴스와 소셜 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꼽을 수 있다. (P74)
민주주의 규범을 허무는 선동적 지도자와 위기를 느낀 기성 정치 세력 사이에 고조되는 갈등의 결과로 민주주의는 붕괴한다. ~~~ 붕괴의 과정은 대개 말로 시작된다. 대중선동가는 비판자를 적이나 체제 전복자, 심지어 테러리스트라며 도발적으로 비난한다. (P99)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정치인은 제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그리고 비판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반면 아웃사이더들에게, 특히 선동 성향이 강한 독재자들에게 이와 같은 민주주의의 속성은 견디기 힘든 속박이다. 견제와 균형은 그들에게 멍에와 같다. (P101)
국가 안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전제주의 조치에 더욱 관대해진다. 특히 개인의 안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러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P120)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완충적인 가드레일로 기능하면서, 일상적인 정쟁이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도록 막아준다. ~~~ 규범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 사람들은 폭력 행위를 비난하거나 조롱하고, 혹은 공식적인 비판이나 노골적인 배척을 통해 부정하는 입장을 뚜렷이 드러낸다. (P132)
미국 정치인들이 상대 당이 적이 아니라, 돌아감녀서 권력을 차지하는 경쟁자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은 그로부터 수십년이 진난 뒤였다. 바로 이러한 관용에 대한 인식이 미국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간이 되었다. (P134)
노예제를 둘러싼 정치 양극화는 미처 여물지 못한 상호 관용의 싹을 짓밟아버렸다. (P157)
워싱턴은 평생에 걸쳐 "권력을 기꺼이 내려놓음으로써 권력을 얻는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P165)
호혜주의 규범은 협력의 문을 계속 열어놓기 위해 동료를 강하게 비난하거나 권한을 함부로 휘두르는 행동을 삼가는 것을 말한다. (P171)
무정부주의자나 공산주의자와 같은 국내 적들이 국가와 헌법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행정부의 불법 활동을 정당화했다. (P179)
정당의 내부적 다양성은 서로 간의 갈등을 완화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인사들은 서로를 적으로 바라보지 않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공통점을 찾아냈다. (P212)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더 이상 이념적 '빅텐트'가 아니었다. 민주당 내 보수주의 인사, 그리고 공화당 내 진보주의 인사가 사라졌고, 그에 따라 정당 간 공통분모도 줄어들었다. (P213)
1964년 역사가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지위 불안'이라고 하는 개념을 통해서 집단의 사회 지위, 정체성, 소속감이 위협받고 있다고 인식될 때 "미국 정치의 편집증적 성향"이 나타나고, 이는 결국 "과열되고, 상대를 지나치게 의심하고, 과도하게 공격적이고, 극단적이고, 종말론적인"정치 접근방식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P218)
이후 부시는 "자신의 생각대로 위기를 정의하고 대응했다." ~~~ 안보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민주주의,는 위협을 받는다.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지도자는 민주주의 제도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P242)
링컨, 루즈벨트, 부시 모두 열정적인 민주주의 지지자였다. 그리고 위기로 높아진 행정부 권력을 임기 말에 행사하는 과정에서 자제 규범을 충실히 실천했다. (P243)
힘을 잃어가는 다수민족이 기존의 지배적인 지위를 평화롭게 넘겨준 역사적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레바논 의 지배적인 기독교 집단, 이스라엘의 요르단 강 서안지구 등 (P263)
정치 경쟁자가 적으로 변할 때 정치는 전쟁으로 전락하고 민주주의 제도는 무기로 바뀐다. 그 결과 사회는 끊임없이 위기를 맞게 된다. (P268)
자유와 평등은 그 자체로 절대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그 가치는 스스로 발현되지 못한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는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절차적 기반이다. (P269)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공화당은 ~~~ 개혁이 필요하다. ~~~ 네 가지 핵심 영역에서 즉 재정, 풀뿌리 조직, 메시지 전달, 후보 공천에서 당 지도부가 권한을 되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P280)
북유럽 국가들은 엄격한 자산 조사를 기반으로 한 제한적인 복지 정책이 아니라 보편적인 모델을 추구한다. 이러한 방식의 복지 정책은 정치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 (P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