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책읽고 내 생각 적기)

마리 앙투아네트 (2023) -슈테판 츠바이크-

무우우우니 2025. 1. 16. 17:00

츠바이크의 3번째 책으로 마리 앙투아네트를 읽게 되었다. 결론을 이미 알고 있는 소설을 읽듯이 비극적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다시 읽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한편의 생각과 츠바이크라면 이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었는지를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의 부딪침 속에서 책을 읽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표현하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대중의 삶에 대한 이해가 너무 떨어져서 배가 고파서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어면 된다는 말은 다양하게 변형되어서 퍼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쟁 때 배가 고팠다는 말에 밥이 없으면 라면을 먹으면 된다는 어린 아이들의 말이 유행처럼 퍼지기도 했는데, 그 말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에피소드에서 변형된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내용은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이 에피소드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니라는 것이 역자의 설명이었다.

당시 부루봉 가문(프랑스)과 합스부르크 가문(오스트리아)의 전략적 결혼의 도구로서 이용당한 마리 앙투아네트가 혁명의 시대에 휩쓸려, 자신의 무지와 무능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시대의 격류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잘못으로 선대의 잘못으로부터 축적된 시민들의 분노를 받는 과도한 처벌의 부당함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책이었다.

한편으로는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당시의 지배세력의 인물에 대해서 돋보기로 확대해서 살펴봤기 때문에 그 비극은 더 극적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일반 사람들의 삶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현재의 흐름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지금의 삶이 죽기전까지 변화없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이 변화에는 틀림없이 예측하지 못한 불운과 사고가 있을 것이다. 이런 사고가 있을 때, 어떻게 그 사고를 딛고 일어나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 책은 얘기해 주지 않는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읽고 있다보면, 짧은 오르막과 긴 내리막의 얘기이다. 읽는 내내 운명의 혹독함과 시대의 흐름에 대처해서 한 개인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느끼게 되면서, 개인적인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츠바이크 특유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억울하게 비난 받는 부분들을 해소하고, 어렸을 때의 철없음에서 세상의 냉혹함을 깨닫게 되면서 바뀌게 되는 성장의 모습이 잘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아직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재판은 끝난 것이 아니고 계속된다는 내용이 있듯이 프랑스 시민혁명과 그 시민혁명을 주도했던 사람들도 똑같이 단두대에서 사라지는 흐름을 보면서 과연 개인의 삶이란 시간의 흐름에 어떠한 조금의 영향을 남길 수는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로코코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크에서 연결되는 로코코는 바로크의 딱딱하고 웅장한 양식에서 우아하고 근심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곡선적이고 화려한 양식이 로코코이고, 이 로코코가 마리 앙투아네트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아하고 근심없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하층 계급의 비참한 삶에 대한 눈돌림,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에서 중세 봉건제에 잉여 생산물을 착취가 역치에 다다랐을 때, 그 착취의 경제력이 아름다움으로 나타난 것이 로코코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직하지 못한 것들은 그녀의 본성과 맞지 않았다. (P31)

나이와 지위, 자신의 의지와 다른 이들의 의지 사이에서 생겨난 모순 속에서, 그녀의 내면에는 자유에 대한 갈망과 불안이 싹트고 있었다. (P32)

편법으로 권력을 얻어낸 사람들의 최종적인 야망은 정당한 권력에 의해 그 권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P36)

유리로 만들어진 호화로운 마차를 타고 20년 동안이나 진정한 민중과 진정한 파리를 그저 지나치기만 한 것이다. (P50)

수년간의 경험으로 카산드라의 눈을 지니게 된 여제는,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프랑스의 불안한 정세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P58)

시대를 이해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어떻게 하면 하루를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을까 궁리만 했다. (P61)

로코코 양식은 18세기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발달한 예술 스타일이다. 바로크 양식을 이어받은 것으로 경쾌한 디테일, 부드러운 곡선, 정교한 장식이 특징이었다. 유희와 쾌락에 몰두해 있던 프랑스 귀족사회가 추구한 우아하고 사치스러운 예술형식이다. (P62)

세상의 모든 비애와 어둠에 관해 무지했기에 로코코라는 예술 양식이 그토록 우아하게 아무런 근심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P63)

운명으로부터 받는 모든 것들은 비밀스럽게 값이 매겨져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 사람의 힘으로는 동시에 할 수 없는 것을 하려 했다. 나라를 통치하면서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P74)

고요한 사색은 그 개성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낸다. 잔인하게 홀로 내던져진 마리 앙투아네트는 스스로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P189)

"인간은 불행 속에서만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 (P190)

다섯 개의 이탈리아어 단어였다. "Tutto a te mi guida, 모든 것이 나를 당신께로 인도합니다." (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