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가지 거짓말(2014) -아고타 크리스토프-
목차 : 비밀노트 (=커다란 노트, 1986), 타인의 증거 (=증거, 1988), 50년간의 고독 (=세번째 거짓말, 1991)
굉장히 이해하기 힘든 소설이다. 처음부터 읽어나가면서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의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전쟁이라는 비인간적인 상황, 가정이 해체되는 주변환경에서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들과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잔혹행위들에 대해서 도덕적 잣대라는 것이 흐릿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저자가 3권의 책을 5년에 걸쳐서 내었던 것을 묶었다. 3권이 주인공이 이름을 같이 함으로써 연결되는 듯도 하고, 전혀 다른 관점에서 쓰여져서 개별개별인 것도 같다. 읽는 동안은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다 읽고 난 이후에는 진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명확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1편은 우리라는 관점으로 쓰여있고, 2편은 분리된 루카스의 입장에서 씌여 있으면서 클라우스의 존재가 상상의 존재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3편에서 전체를 알고 있는 클라우스의 기억을 알게되면 1편과 2편이 첫 인상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되어 버린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이 소설에서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얻게 되는 것일까?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은 책을 읽는 내내 무엇이 그 세가지 거짓말인지를 계속 찾게 한다. 그러면서, 뒷부분에 이것이 세가지 거짓말이라는 듯한 대목을 내새우지만, 그것을 가리키는 제목이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 따라온다.
나는 나의 존재를 어떻게 인지하게 되는가? 서머셋 모음에서 나왔던 대목이 다시 떠오른다. 존재는 나와 주변 환경과의 분리를 인지하면서 나 자신에 대한 존재를 인지한다. 이것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나의 존재는 더욱 뚜렷해지고, 주변 환경의 스토리, 사회에 적응하므로서 나의 존재가 명확해지는 것 같다. 여기서는 이 3가지 존재가 다 거짓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나라는 존재는 쌍둥이 형제로 나눠서 인지될 수도 있으므로, 나를 고유의 존재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깨뜨린다. 또한, 타인과 나의 구분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존재를 인지하는 방식에서도 타인이라는 것이 존재의 증거로써 불명확할 수 있다는 것을 2편에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든다. 루카스는 클라우스를 보내고 할머니와 살다가 할머니의 죽음이후 아그네스와 그 아들을 돌보기도 하고, 클라라와 관계를 가지고, 당서기와도 관계를 갇는다. 이러한 관계가 실재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상속의 관계일 수 있다는 것으로서 주변으로부터 확인받는 증거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 같다. 3편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존재가 과거의 사건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후기 설명에서도 나오듯이 세가지 거짓말에 대한 개인적 해석이 다양하게 따라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 루카스와 클라우스는 실제로 존재하는 두사람인가? 자아의 분열을 통한 한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이 책을 읽는 내내 독서를 방해했다.
2. 여러 사람의 의문스러운 죽음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할머니의 할아버지 독살, 신부의 하녀의 폭발물 사고, 아그네스의 시체, 아그네스의 아들의 자살, 루카스의 자살
3. 제목이 왜 존재의 3가지 거짓말일까?
어떤 의문에 대해서도 해답을 얻지 못한 상태로 책은 마무리가 되었고, 다 읽었음에도 뭔가 미진하고 찝찝한 느낌만이 남는다. 한강의 소설, "이별하지 않는다."와 비슷한 여운을 주는 것도 같다.
이 독서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아쉽다.
이 책에 대한 해석을 읽었지만 속시원한 느낌은 아니었다. 단지, 3권의 소설을 묶은 책이고, 헝가리에서 일어났던 전쟁이 배경이라는 것만 이해했다.
우리가 '잘했음'이나 '잘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P35)
루카스/아그네스 : "저는 슬픈 일이 있으면, 기쁜 일로 마음을 달래거든요." (P205)
나는 어디에서고 클라우스 형을 봐요. 내 방에서도, 뜰에서도, 거리에서도 내 옆에서 걷고 있어요. 형이 내게 말도 하지요. ~~~ 자기는 죽도록 외롭게 살고 있다고. (P277)
내가 병신이라서 엄마는 날 좋아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날 데려가지 않은 거지 (P280)
누나는 내가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던 누나의 이미지하고는 너무나 많이 달라져 있더군! 누나는 굉장히 작아졌어. 항상 호리호리하던 누나가 이제는 그렇게 날씬하지도 않더군. 볼품없는 누나의 얼굴에는 이제 잔주름까지 생겨났어. (P297)
불면증 환자 : 나는 밤 열 시에 자기 방 창문을 열었다가 아침 일곱시에 닫는 그 노인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네. (P298)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P302)
그건 나도 알아. 시간이 문제가 아니야. 그건 단지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P308)
불면증 환자는 누렇게 변한 풀밭이 드넓게 펼쳐진 곳ㅇ ㅔ이르러 멈춰 섰다. 거기에는 고목 두 그루가 잎사귀 하나 없는 앙상한 가지를 하늘을 향해서 뻗치고 서 있다. "여기가 내 공원이지. 내가 잠시나마 눈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야." (P309)
딸은 열일곱 살밖에 안 되었는데, 무슨 끔찍한 사건으로 얼굴이 엉망이 된 뒤에 간호사로 전선에 나갔다가 거기서 죽었어. <신부의 하녀> (P312)
모든 게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게 마련이지. 기억은 희미해지고, 고통은 줄어들고, 나는 사람들이 어떤 새나 꽃을 기억하듯이, 내 아내를 기억하고 있지. ~~~ 자기 자식도 아니면서 아이들에게 쏟는 그녀의 사랑, 은혜, 힘을 사랑하네. ~~~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예요. 본질만이 중요해요. (P316)
(빅토르 누나를 죽이고) 이미 엎지러진 물이야. 아무도 어쩔 수 없어. (P335)
(처형 때 입회) 그가 내게 부탁했다면, 그럼요, 했을 겁니다. (P353)
믿을 수 없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엄마뿐이었는데, 엄마는 죽었어. 내가 이미 여러 번 말했잖아.~~~ 엄마는 나를 두고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죽은 게 틀림없어. (P362/363)
그렇죠. 책이야 아무리 슬프다고 해도, 인생만큼 슬플 수는 없지요. (P394)
생각에 깊이 빠지기 시작하면, 인생을 사랑할 수 없어. (P403)
곧 죽을 것 같군요, 내 나무가 ~~~ 감상에 빠지지 마세요. 모두가 죽어요. (P423)
소년은 조서에 서명을 했다. 거기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적혀 있었다. 국경을 같이 넘은 남자는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이 소년은 열여덟 살이 아니고, 열다섯 살이다. 이름은 클라우스가 아니다. (P465)
문제는 다른 두개의 운명이오. 당신이 찾고자하는 사람은 다른 방향에서 찾아야 할 것 같소. (P489)
저는 글을 쓸 때는 완전히 혼자가 되어야 해요. 저는 침묵과 고독 속에서만 글을 쓸 수 있어요. (P494)
기계들의 소음은 내가 글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 소리는 나의 문장들에 리듬을 주고, 나의 머릿속에 이미지를 떠오르게 해준다. (P541)
(잠들기 전에 루카스에게)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하다는 것, 그는 운이 좋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의 처지가 되고 싶다는 것을. 나는 그가 더 좋은 처지에 있고, 나는 너무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인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무의미하고, 착오이고, 무한한 고통이며, 비-신의 악의가 만들어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명품이라고 그에게 말했다. (P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