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책읽고 내 생각 적기)

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한 다정한 철학책 -이충녕(2023)-

무우우우니 2024. 8. 16. 12:55

철학이라는 주제는 굉장히 어렵다. 분명히 내가 배운 바로 '필라소피'라고 하는 단어는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고 배웠지만, 어떤 것을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고 하는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물론, 고대의 철학으로부터 모든 학문이 분화되어 나왔으므로, 그때의 정의로 지금의 다른 학문과의 구분이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 같다.

이 책은 독특한 제목으로 관심을 끈다. 가장 사적인 관계는 무엇을 얘기하는 것인지, 그에 대해서 어떻게 철학을 얘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하면서 읽게 되었다.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는 이게 철학책일까? 수필책일까? 혼란이 생겼다. 어떤 사건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놓은 것 같아서, 가벼운 수필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왠지 철학책이라면 철학자의 이론이 나오고, 사유의 방식에 대한 빈틈없는 논리가 보여져야 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굉장히 가벼운 수필같은 일상의 경험에서 철학을 얘기한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 책에서는 실존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주체적인 의사결정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또한, 이기주의에서 벗어난 이타주의, 타인의 시선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나온다. 인간을 분류하지 않고, 인간 자체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한, 삶의 의미가 풍부한 관계 속에서 나온다는 간접적인 주장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주된 주장은 인간이 하나의 자기중심적 존재에서 타인을 받아들이는 사랑이라는 것을 통해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주장한다. 나의 관점에서 타인의 관점을 포함해서 확장하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이전의 나와는 다른 새로운 내가 될 수 있다는 실존적 선택에 대한 얘기도 있었던 것 같다.

이 내용들은 에리히 포럼의 '사랑의 기술'에서도 나왔던 내용이라서 어딘가 들어본 듯한 내용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잔잔하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깊이 있게 기억나는 내용은 없었지만 인간본성의 법칙을 읽고 난 이후 뭔가를 바라보는 시선에 조그마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노인과 바다 : 마놀린은 어른들의 계산적 관점과 전혀 다르게 노인을 대한다. ~~~ 노인은 가난하고 실력이 떨어진 볼품없는 어부가 아니라, 산티아고라는 대체할 수 없는 존재 자체다. '객관적 조건'이라 불리는 껍질들을 걷어내고 한 존재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때, 우리는 비로소 그가 가진 진정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P65)

마음의 번영은 풍부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 아이의 삶은 수많은 '너'의 관계들을 통해 얻은 의미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P70)

내 자유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더 큰 자유와 행복을 얻는 관계, 상대의 현재 모습을 넘어서 과거와 미래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관계, 어린아이의 마음을 한 조각 간직한 채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맺는 성숙한 관계, 상대의 어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관계, 현실적인 조건 속에서도 로맨틱한 순간을 피어내는 관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 나는 이런 관계들을 일종의 '바람직한 사랑'으로 제시했다. (P119)

'거듭남' : 인간은 매 순간 거듭난다. ~~~ 인간은 매 순간 새롭게 거듭날 가능성을 품은 존재다. 변화하는 자신의 존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그냥 지나치면, 내 존재는 항상 그대로 변함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P133)

사랑은 행복한 만큼 두려운 경험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러다가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전까지 확고한 줄 알았던 내 존재가 사라질 것만 같은 느낌. 사랑과 죽음은 똑같은 두려움을 유발한다. ~~~ 사랑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험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내가 탄생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P135)

밤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낮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듯이, 죽어보지 않은 사람은 사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다. 사랑은 자기중심적인 내가 죽는 경험이다. 그리고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살아나는 경험이다. (P141)

'만약'의 상상은 일종의 위장술이다. 나는 이 상상을 통해 J의 죽음을 생각한 게 아니라, 사실은 '일단 지금 J가 죽는 것은 아니다'라며 안도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각종 수단을 통해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친다. (P146)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혼자 있을 때 마음의 그릇이 작은 사람은 자신의 무능과 무가치를 느끼지만,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위대성을 더 뚜렷이 느낀다." (P152)

실존은 영어로 'existence'다. '바깥'을 뜻하는 'ex'와 서다라는 뜻의 라틴어 'sistere'가 합쳐진 단어다. 즉 실존은 이 세상에 나와 서 있다는 뜻이다. ~~~ 문을 열고 바깥세상으로 나와 있는 것이다. (P160)

실존자의 삶은 상황에 영향을 받을지언정 상황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실존자는 주체적인 결정의 순간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순간에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P161)

특정한 경향성이나 특징을 가졌기에 어떤 유형에 속하는 것인가, 아니면 어떤 유형에 속하기에 어떤 경향성이나 특징을 갖는 것인가? (P164)

유형화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나 자신을 잃어버리도록 만든다. 나와 주변 사람들을 유형화해서 파악하려는 습관은 존재를 직접 마주하는 능력을 감퇴시킨다. (P165)

우리가 자신을 실존자가 아니라고 여기는 순간, 우리는 실제로 더 이상 실존자가 아니게 된다. 그 순간 자유는 사라지고, 기계적 확률만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P167)

사실 우리 모두의 삶이 그렇다. 한번 불이 붙으면 속절없이 흔들리며 심지를 따라 타 내려가는 촛불처럼, 우리는 각자 내던져진 길을 덜컹거리며 우와좌왕 굴러 내려가고 있다. 그때그때 우리 앞에 놓인 지형이 우리의 방향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혀 알 수 없는 채로. (P202)

이성은 개별적 대상을 '보편적 원리'를 통해 파악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아기에게 사탕을 보여주며.... (P212)

반항하지 않는 정신은 가라앉는다. ~~~ 우리는 시대적 조건에 반항할 줄 알아야 한다. ~~~ 주도적으로 ~~~ (P235)

상대 존재의 중심부와 소통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P246)   상대존재의 중심부란 무엇인지???

안전제일주의 사랑은 심각한 결점을 갖고 있다. 바로 '안전한' 사랑을 좇는 사람은 결코 둘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P259)

사람들이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는 이 '다음'에 대한 끝없는 기대가 현실의 우울함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P273)

찰리 채플린 <시티 라이트> : 떠돌이의 사랑은 이익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P280)

인간은 하나의 차원에만 갇힌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생물학적인 존재이자 문화를 가진 존재, 생각할 수 있는 존재, 정치적 존재이기도 하다. (P284)

애초에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다고 느낄 때 일어난다. 이렇게 행동하는 것밖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느낄 때, 이 가능성 하나밖에 없다고 느낄 때, 인간은 종종 가장 끔찍한 폭력을 저지른다.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