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진 장면의 일부를 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 영화의 제목은 모르고 스쳐지나갔었다. 아주 부자로 태어났던 어떤 남자가 누군가의 등에 엎혀서 가는 장면이었다. 그 영화의 짧은 장면을 보면서 또 어떤 부유하게 태어났던 사람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가난해지고, 고통받다가 소소한 삶의 기쁨을 알게하는 이야기이겠다는 추측을 하면서 흘려보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 영화가 위화의 "인생"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중국 5세대 영화감독인 주우머이의 "인생"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방식이 있구나하는 감탄을 하면서 읽었다. 문체의 아름다움, 어투의 담담함, 그러면서도 인생의 중요한 순간순간에 몰입하게 하는 스토리의 흐름 등 여러가지 말로 이 소설을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중간쯤부터 눈물이 펑펑 쏟아지게 하는 대목들이 많았다. 눈물로 현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카타르시스'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푸구이 라는 노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되는 근대 중국의 역사적 사실들과 그에 얽혀있는 사람들의 경험들은 생생하게 바로 옆에서 살고 있는 이웃들의 얘기같은 현실성을 경험하게 해준다.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안타까움이었던 것 같다. 나의 잘못으로 고생하는 아내에 대한 안타까움, 가난으로 딸을 남의 집으로 보내는 것에 대한 상황묘사, 어색한 아들에 대한 미숙한 감정표현과 헤어짐, 그 사실을 아내를 위해서 숨기고 지내는 시간들에 대한 묘사 등이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부분이었다.
내게 이 소설은 시대적 상황을 읽는 창이라기 보다는 운명이라는 것에 의해서 휘둘리는 한 사람의 인생경로에 공감했다. 어리석기 그지 없는 행동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날리고, 그로 인해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도 못하고 전쟁터로 끌려가는 상황 등 푸구이가 경험한 처절하기까지 한 삶에서의 상실과 그 느낌에 대한 묘사는 마치 내가 똑같은 잘못과 상실을 경험하는 듯한 슬픔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이면의 내용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기운이 없을 때마다 뒤적이면서 몇몇 대목을 다시 읽고 싶은 소장하고 싶은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