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책읽고 내 생각 적기)

두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무우우우니 2024. 2. 23. 14:56

이 책은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중간에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서 책읽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그리고, 뒤에 대기하고 있는 많은 읽어야할 책들에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집중하고 읽고 음미해야 할 문장들을 건성으로 읽다가 다시 되돌아가서 읽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누군가가 말콤 글래드웰을 얘기하면서 그에 비견되는 작가라고 추천해서,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느냐?는 경이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5개의 챕터가 한권한권의 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첫번째 챕터의 "두개의 산"은 인생의 세계관(삶의 상식과 나의 삶의 방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첫번째 산은 자기의 성취를 위해서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올라가는 이기주의의 산이다. 두번째 산은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주변에 헌신하면서 자기를 버려서 오히려 자기를 찾는 관계주의 산이다. 나는 당연하게도 첫번째 산을 오르고 있다. 그 산의 정상은 보이지도 않고 어느 언저리에서 이제 그만올라가고 내려갈 것인지, 쉴 것인지를 고민하는 단계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이 생길 때는 내 삶의 방향이 맞는 것인지? 내가 해야 할 다른 소명은 없을지 궁금하고 의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행동으로 움직일만큼의 확신은 없다. 이런 나의 주저함에 대해서 이 책은 이것이 아마도 너의 고민의 해답일 것이라고 제시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번째 산(관계주의 삶)으로의 이동의 필요성에 대해서 설득되었다. 현대 사회의 극단적 개인주의에 대해서는 뭔가 앞으로 사회의 발전방향으로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개인의 권리를 극대화 함으로서 발생하는 개인의 사회와의 분리로 인한 외로움, 소외를 경험하게 되고, 이것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구체적인 연결은 이 책이 내게 주는 삶에 대한 통찰이었다고 생각된다.

읽는 도중에 의문을 가지는 것은 이 모든 주장들은 책에서 인용되는 문장들과 저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닌가? 라는 의문은 내가 이 책을 읽기전에 읽었던, 리처드 도킨스의 "무지개를 풀며"의 영향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책 한권으로 인해서 다른 책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면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깊은 주의와 조심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부차적인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는 이 책의 장르에 대해서 약간의 혼란이 생긴다. 처음의 내용은 자기개발서적 같은 느낌이었다. 인간관계는 이렇게 맺어야 하고, 삶은 이렇게 살아야 하고, 직업과 결혼은 이런 것이니까 이렇게 잘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 읽고 저자의 서문을 다시 읽고 나서는 오히려 철학책에 더 가깝지 않을까라는생각이 들었다.

극단적 개인주의, 관계주의, 전체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세상의 많은 "주의" 들이 있는데, 나의 삶을 살아가는 주요 세계관은 이 중 무엇을 따라 가야 할까?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564페이지서 나왔던 아래의 말이다.

헌신하며 살지 않는 사람은 기억되지 않는다. 자기가 아닌 자기 외부의 어떤 것에 충성하면서 헌신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깊은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다. (P564)

이 말을 처음에 읽을 때도 좋았지만, 다시 읽으면서 어머니가 떠오른다. 대부분의 한국의 자식들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편인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대부분은 어머니의 사랑, 자신을 바치는 헌신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계속적으로 기억나는 것도 나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에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도현의 "연탄재"라는 시에서처럼, 우리는 누군가 자신을 태워서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런 많은 내용들이 이 한 문장에서 많이 떠오른다.

이 책은 독서토론에서 다뤄볼만한 내용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종교적인 부분이라든지, 극단적 이기주의, 전체주의, 그 중간을 아우르는 관계주의에 대한 생각들은 서로 공유하고 명료화해야 할 개념일지도 모르겠다.

계곡에 떨어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고통의 시기는 그 사람의 가장 깊은 내면을 드러내며, 자신이 생각하던 모습이 사실은 진정한 자기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도 알지 못했던 내면이 노출되고 만다. (P15)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계곡이 자기 발견과 성장의 계기가 된다. 고통의 시절은 일상이 피상적으로만 흘러가는 것을 방해해서, 자신의 좀 더 깊은 내면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 사람들은 자기 기질 깊숙한 곳에 보살핌의 본질적인 어떤 능력, 즉 자아를 초월해서 타인을 보살피고자 하는 어떤 열망이 있음을 깨닫는다. (P16)

지난 5년간 나는 헌신에 실패한 채로 어떻게 하면 헌신을 잘할 수 있을지, 세속적인 성공이 내 인생을 온전하게 충족시키는 데 실패한 뒤 어떻게 하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를 놓고 생각하고 책을 읽기도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이 책은 그런 탐색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다. (P32)

우리 사회는 우리 의식의 개인주의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해 왔으며, 또 우리 의식의 접착제 역할을 하는 부분인 마음과 영혼을 지나치게 홀대해 왔다. (P33)

첫번째 산에서 두번쨰 산으로의 이행 : 하나의 사고방식에서 또 다른 사고방식으로 전환하는 일이며, 또한 헌신의 결단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는 어떤 정신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 우리가 공동체에 되로 주면 공동체는 우리에게 말로 갚는다는 사실이다. (P34)

행복(=Happiness)은 자기자신을 위한 승리 또는 자기 자신의 확장과 관련된다. 기쁨(=Joy)은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어떤 상태와 연관된다. (P36)

소설가이자 철학자 아이리스 머독 : "사람은 자기 스스로 어떤 그림을 그린 다음 그 그름을 닮으려고 하는 피조물이다." (P66)

대법관 앤서니 케네디 : "자유의 핵심에는 인간 삶의 존재, 의미, 보편성, 신비로움에 대한 개념을 자기 스스로 규정할 권리가 놓여 있다."  (P71)

"나는 자유다"라는 문화 속에서 개인들은 외로우며 서로에게서 느끼는 애착은 느슨하다. 공동체는 해체되고 개인들 사이의 결속은 끊어지며 외로움은 확산된다. 이 상황은 좋은 삶을 살아가는 것, 즉 사랑과 연결을 바라는 깊은 인간적 갈망을 채우는 것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든다. (P74)

림보(Limbo) : 지옥과 천국 사이에 있으며 기독교를 믿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착한 사람 또는 세례를 받지 못한 어린이나 백치 등의 영혼이 머무는 곳 (P76)

정치적 자유는 위대하다. 그러나 궁극의 목적으로 설정된 개인적 사회적 정서적 자유는 완전히 헛소리다. (P86)

당신이 일하는 환경이 당신의 존재 자체를 서서히 바꾸어 놓는 힘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마라. 어떤 회사에서 일하겠다고 선택했을 때 이미 당신은 자기 자신을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같은 부류의 인간으로 바꾸어 놓기 시작하는 셈이다. (P89)

아케디아(=acedia, 무관심 또는 나태) : 관심 또는 보살핌의 부족 (P93)

존재론적인 두려움을 경험하는 사람들 ~~~ 참을 수 없는 의심이라는 자기감정을 다스릴 확실한 것을 찾아낸다. 이들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하나의 길로 전쟁을 찾아낸다. 부족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P113)

때로 고통에 대응하는 방식을 통해 당신은 진정한 고결함이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맛보기도 한다. (P114)

풍성한 인생, 충만한 삶은 헌신과 의무로 정의된다. 잘 살아가는 인생은 자유로운 선택에서 달콤한 강제로 넘어가는 여정이다. (P149)

신학자 팀 켈러 : 진정한 자유는 "구속의, 부재가 아니라 오히려 올바른 구속을 찾는 것"이다. (P151)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려는 욕구, 세상을 더 낫게 만들려는 욕구, 자기가 옳은 일을 한다고 느끼려는 욕구에 추동된다는 말이다. 이들은 소속감과 관대함을 추구하려는 욕구에 따라 움직인다. (P168)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인생이 던지는 문제들에 대해 올바른 해답을 찾고 인생이 각 개인에게 끊임없이 부여하는 과제들을 수행하는 의무를 지는 것이다. (P206)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에 무언가를 잃어버렸으며 성인이 된 지금은 그것을 되찾기 위해 많은 것을 기꺼이 포기하고 있다. (P213)

스페인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회피하고 악마의 속삭임에 귀를 막고 듣지 않으려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내면에서 희미한 불꽃이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소리를 더욱더 안전한 소음들로 덮어 버리고는 거짓된 인생에 안주한다. (P248)

사랑은 주의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P305)

알랭 드 보통 :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그 관계의 깊은 곳에 있는 결정적인 질문은 그는 비정상인가? 가 아니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당신은 어떤 식으로 정상이 아닌가? 당신 인생의 어떤 부분들이 공포로 차단되어 있는가? 당신은 정확히 어떻게 자기 파괴를 하는가? 당신은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사랑받지 못했는가? (P313)

'나-그것'이 '나-너'가 되는, 오스트리아의 유대교 사상가 마르틴 부버가 순수한 관계라고 불렀던 바로 그 과정이다. 이것이 자기가 누군가에게 알려질 때의 바로 그 느낌이다. (P315)

사회는 사람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정신이 팔려 매달리도록 하기 위해 인생의 중요한 선택들에 전혀 신경 쓰지 못하도록 온갖 술책을 꾸미는 거대한 음모 집단일 뿐이다. (P338)

이런 신경증이 언젠가는 저절로 소멸될 것이라는 소박한 바람은 아예 처음부터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경증은 평생 줄기차게 이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들이 많기 때문이다. (P345)

도스옙프스키의 아내의 말 : "나의 남편이 다른 남편들이 자기 아내를 사랑하고 존중했던 것처럼 나를 사랑하고 존중했을뿐 아니라, 마치 내가 오로지 자기만을 위해 창조된 어떤 특별한 존재라도 되는 듯이 나를 숭배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은 내 인생을 통틀어서 늘 수수께끼 같은 일이었다. 그 사람은 결혼 초기만이 아니라 그뒤로도 내내, 그리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도 그랬다."  (P350)

메티스 (=metis) : 상황이 어떤지, 상황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상황이 앞으로 잘 안 돌아갈 건지를 판단하는 직관적인 인식, 즉 실질적인 지혜를 가리키는 그리스어다. (P356)

말은 결혼 생활의 연료이다. 니체도 "다른 모든 것은 일시적이지만, 부부는 함께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대화에 바친다."라고 했다. (P357)

메이슨 : 결혼 생활은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성장시키려고 존재한다. ~~~"결혼은, 오로지 순수하게 희생적인 사랑만이 두 사람을 묶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두 사람에게 너무나 분명한 시간들, 그런 것의 불가능한 시간들을 토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지독한 역설이다." (P363)

관계를 파탄 내는 것은 의견 불일치를 자기의 우월함을 입증하고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을 때이다. (P365)

대상을 잘 보는 건 자연적으로 되지 않는다. 이것은 겸손함의 어떤 행위이다.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서, 즉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나 자기가 바라는 것에서 온전하게 빠져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P386)

시카고 대학이 가장 잘했던 것은 뇌가 아니라 심장과 가슴을 훈련시키는 일이었다. (P393)

이민자 정신이란 스스로 외부자라고 느끼지만 내부자들보다 좀 더 똑똑하고 좀 더 열심히 일한다는 정신이다. 유대인 이민자의 문화는 성공하고 말겠다는 불타는 갈망을 일깨웠다. 이 강렬한 허기는 몸에 한번ㄴ 배고 나면 나이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P418)

자신의 고통을 유발한 외부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을 멀리하고 자기가 참여하는 공동체의 고통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을 때 자기가 받는 고통을 견디기가 한결 쉬워진다. (P445)

지적 자부심이 있는데, 이것은 모든 수수께끼를 설명할 수 있다고 자의적으로 생각하는 단 하나의 사상 체계로 자기의 인생을 묶어 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앓고 있는 자부심이다. (P461)

무슬림 속담 : 당신이 신을 뭐라고 생각한든 간에 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게 아니다. (P467)

결국 당신이 함께하게 되는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장엄한 느낌, 형이상학적 일편단심의 느낌이다. 자기 이외의 모든 사람 그리고 모든 것에서 분리되어 있는 이기적인 자아 같은 것은 없다. ~~~ 만일 당신이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정신에 스스로를 붙들어 맸을 때, 아무것도 더는 당신에게 충격을 주지 않겠지만, 모든 것이 당신을 경외심과 놀라움의 상태로 데려다 놓을 것이다. (P483)

프레드 로저스 다큐멘터리 : 그런 전복적인 선함에는 놀랍고 강력하고 또 사람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담겨 있다. (P497)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더 나은 대화는 문제가 아니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 가능성 중심 대화는 성공으로 나아가는 과정, 입지전으로 이어지는 대화이다. (P546)  

11. 헌신하며 살지 않는 사람은 기억되지 않는다. 자기가 아닌 자기 외부의 어떤 것에 충성하면서 헌신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깊은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다. (P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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